▲ 연윤정 기자

통일운동과 민주화운동·노동운동을 거친 시대의 이론가이자 실천가인 고 김금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명예이사장이 지난 28일 오전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에서 영원한 안식을 취했다. 장례식은 지난 25일 별세한 고인의 뜻에 따라 서울대 장례식장에서 가족장으로 조촐히 치렀다.

그러나 고인도 그를 기억하고픈 사람들의 뜻을 막지는 못했다. 시대의 투쟁 현장에서 함께해 온 친구와 동지, 원로, 노동자들이 27일 저녁 서울대 장례식장 행사장에서 “동야(東野) 김금수 선생님, 당신을 기억합니다”라는 제목의 ‘회상과 추모의 밤’을 통해 고인을 그리워하며 추모했다. 유가족이 함께한 가운데 100여명이 모였다.<본지 26일자 6면 ‘김금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명예이사장 별세’ 기사 참조>

“사회발전과 노동운동에 당신의 온 힘 쏟아”

“민주와 통일은 어쩌라고 그냥 가는가. 동야 김금수, 평생을 같이했는데, 이제 곁에 머물지 않는다니 이 일을 어찌할꼬. (중략) 명복을 비네. 부디 비록 오늘 후퇴가 있다 하더라도 다시 앞으로 나아갈 이 나라를 흐뭇하게 지켜보시게.”

부산서 중·고교 시절 김금수 이사장을 만나 사회과학 독서토론을 시작으로 평생을 통일운동과 민주화운동에 함께했던 박중기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 이사장이 먼저 추모사를 했다.

남상헌 민주노총 지도위원은 “<세계노동운동사>를 두고 보통이 넘는 대단한 역작이라고들 하더라”며 “김금수 선생은 상당한 실력과 능력을 오로지 사회발전과 노동운동을 위해 한시도 신경을 놓지 않고 써 온 분”이라고 기억했다.

허권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은 “한국 노동운동 성장의 원동력이자 마중물, 너무나 큰 힘이 돼 주셨다”며 “선생님 뜻을 기억하며 성찰과 반성, 개혁을 통해 새로운 노동운동을 만들어 가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김명환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김 이사장이 2013년 만든 세계노동운동사연구회 회원이자 제자로서 자리했다. 김 전 위원장은 “선생님은 늘 대중운동·노동운동 지도자들은 다른 건 몰라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회상했다.

▲ 연윤정 기자
▲ 연윤정 기자

이재유 기념사업회 통해 노동자 갈 길 제시

김금수 이사장의 마지막 역작은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출범한 일제강점기 항일혁명가이자 노동운동가였던 이재유 선생 기념사업회 준비위원회일 것이다. 고인은 그날 오전 별세하기 전까지도 지병으로 직접 행사장에는 가지 못하지만 화상회의 플랫폼으로 출범식을 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주최측은 밝혔다.

고인은 출범식 전날 보낸 격려사에서 “준비위 출범에 이르기까지 발기인들이 기울인 노고와 준비위원들의 열정적인 참여에 대해 고마움과 함께 격려인사를 보낸다”며 “준비위가 본위원회를 설립해 이재유 선생의 해방세상을 위한 혁명사상을 널리 세상에 펼치게 되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이재유 사상을 널리 펼치라는 것이 고인의 마지막 유지가 된 셈이다.

‘회상과 추모의 밤’에서 많은 원로들은 “며칠 전에 고인에게서 이재유 선생 기념사업회 준비위원이 돼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이구동성 증언했다. 권영길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일제하 사회주의자로서 민족해방운동을 한 이재유를 당신이 눈감으면서도 왜 그렇게 (기억하고자) 했냐”며 “사회주의자로서 진보정당 (지지자), 사회주의자로서 노동운동가임을 당신이 마지막으로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말씀하신 게 아닌가. 이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사람들은 김금수 선생을 가슴 속에 다시 한번 새겨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민주노총 부위원장과 통일위원장 출신 이규재 전 범민련 남측본부 의장은 “유독 이재유 선생 기념사업을 하자는 것은 그분의 생애가 민족해방운동과 노동해방운동을 따로 보지 않고 같이 고민하고 함께해야 하는 것으로 봤기 때문”이라며 “그런 이재유 선생의 뜻에 착안하고 죽으면서까지 우리 남은 노동대중에게 가야 할 길을 가르쳐 주려고 한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회상과 추모의 밤’에서는 고인을 추억하는 영상을 상영하는 한편 모든 참석자들이 일어나 민중가요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을 함께 부르면서 마무리했다.

▲ 세계노동운동사연구회
▲ 세계노동운동사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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