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나뭇잎 하나둘 노랗고 붉어 어디든 가을은 참 예쁘다. 맑은 볕 품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보고 있자면 속에서 들끓던 온갖 미운 감정도 바스락 부스러지는 모양이다. 그저 사랑하는 사람과 손잡고 그 길을 걷고 싶어지는 것이다. 잘 맞는 편한 신발 신고 어디든 길을 나서고픈 마음이 샘솟는 것이다. 가을은 참 예쁘다. 주야간 쉼 없이 돌아가는 빵 공장 앞길에도, 서울 강남땅 어느 높다란 본사 빌딩 앞 거리에도 틀림없이 가을이 찾아온다. 사람들이 찾아온다. 시퍼렇게 맑은 하늘 먼 곳을 살피던 사람들 눈이 시큰거린다. 질끈 감은 눈꼬리가 젖는다. 묻는다. 한참 아름다울 청춘이 왜 빵 공장 소스 혼합기에 끼어 홀로 죽어야만 했는지를 따져 묻는다. 마냥 울 수는 없어 울음을 먹는다. 가을 국화가 검은 천 위에 수북이 쌓인다. 가을은 참 예쁘다, 합창단 다니는 어린이가 주말 오후 산책길에 노래한다. 포켓몬빵 사달라 돌림노래를 부르던 녀석도 그 참담한 죽음 소식을 들어 알고 있다고 말했다. 더는 먹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훌쩍 가을이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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