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조합원 숫자의 객관적인 계산 없이 노조의 규모에 따라 차량을 차등지원한 것은 위법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용자가 임금에서 조합비를 미리 공제해 노조에 납부하는 ‘체크오프’ 방식으로 계산한 조합원수만으로 차량을 배분한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차별이라는 취지다.

차량 3대 중 소수노조 1대만 5개월 사용
포스코 1심 승소 “조합원수는 체크오프 기준”

16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김대웅 부장판사)는 지난 13일 포스코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공정대표의무위반시정 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중노위 판정을 유지했다.

포스코가 노조에 총 3대의 차량을 지원하면서 차량 대수를 달리 배분해 갈등이 촉발됐다. 사측은 2019년 10월 단체교섭을 통해 교섭대표노조인 포스코노조에 단체협약기간인 20개월간 차량 2대를 사용하게 했다. 그런데 소수노조인 금속노조 포스코지회에는 나머지 1대만 5개월간 지원됐다. 남은 1대마저 15개월은 포스코노조가 사용하도록 정했다. 1대 기준으로 환산하면 포스코노조는 55개월, 지회는 5개월만 차량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차량 분배 기준은 ‘체크오프(조합비 일괄공제)’로 갈렸다. 포스코노조의 조합원수가 약 6천500명인 데 비해 포스코지회는 체크오프를 기준으로 했을 경우 600명에 그친다. 지회는 조합원이 약 3천300명이라며 회사의 차량 배분이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신청을 했다. 경북지노위와 중노위 모두 포스코와 포스코노조가 지회를 불합리하게 차별했다고 판정하자 사측은 2020년 7월 소송을 냈다.

1심은 포스코의 손을 들어줬다. 차량 배분의 기준으로 삼은 ‘체크오프’ 방식이 합리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지회는 근로시간 면제한도를 교섭대표노조와 배분하면서 ‘체크오프’ 방식으로 산정한 조합원수를 기준으로 함에 동의한 바 있다”며 “회사는 차량 배분에서도 같은 기준을 적용한 것이고, 지회는 2대의 차량을 제공해 달라고 무리한 요구를 했을 뿐 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심 “체크오프 기준 산정은 비합리적”
“노조와해 문건 영향, 차량 배분 불공평”

그러나 2심은 ‘체크오프’를 기준으로 조합원수를 산정한 것은 합리적인 기준이 아니라며 1심을 뒤집었다. 2018년 9월 제기된 포스코의 ‘금속노조 대응방안 문건’ 작성 사건을 언급했다. 재판부는 “지회의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이 기각된 이후 조합원수가 감소했고, 지회 간부의 부당해고 판결이 확정된 점 등을 보면 지회 조합원들이 불이익을 받을 염려로 체크오프를 신청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회사는 객관적인 제3자에게 CMS(자금 관리 서비스) 내역과 조합원 명부 등을 확인하게 하는 방법 등을 시도해 지회의 조합원수를 확인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었다고 보인다”며 “그런데도 이러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차량 배분 시점의 체크오프 조합원수만을 기준으로 지회와 교섭대표노조에 1 대 11의 비율로 차량을 분배했으므로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시점’을 기준으로 조합원수를 산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포스코는 잠정합의안에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조합’에 총 3대를 지원하기로 했다. 2019년 2월 교섭참여노조 확정공고일 당시의 조합원수는 지회가 3천306명, 포스코노조가 6천426명으로 약 1 대 2의 비율이다.

재판부는 “포스코가 조합원 활동에 필요한 차량 지원을 한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할 경우 향후 조합원 모집 활동에도 한쪽에 과도하게 유리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1대의 차량을 특정 기간에만 지회가 사용하거나, 지회가 시기별로 빌려 쓰는 방식은 실질적으로 제대로 차량을 사용할 수 없는 조치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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