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합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정부의 전방위적 구조조정 요구에 내몰린 발전 공기업이 정비예산에 칼을 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부가 정한 기준까지 어겨 가며 정비 횟수를 줄이려 시도하는 상황이다.

서부발전 “정비 주기 늘려 5년간 1천185억원 감축”

12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서부발전은 지난 8월 정부에 제출한 ‘재무건전화계획’에서 계획예방정비공사 주기를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해 5년간 1천185억원을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2년 주기로 하는 정비를 3년 주기로 횟수를 줄인다는 얘기다. 이를 통해 한국서부발전은 올해 46억원을 절감하고 2023년 559억원, 2024년 289억원, 2026년 295억원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2025년 감축액은 없다.

정확한 추계액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한국남동발전도 정비 축소를 예고했다. 남동발전은 안전·환경 및 설비 신뢰성과 관계없는 불요불급한 정비범위를 최소화해 비용을 절감하겠다고 계획을 세웠다. 정비범위 축소를 포함한 ‘사업우선순위 설정과 수선비(정비비) 집행관리강화’를 추진해 올해 55억원을 줄이고 2023년 59억원, 2024년 58억원, 2025년 56억원, 2026년 57억원을 감축한다. 5년간 누적 감축액은 285억원이다.

정부, 시행 기준에 주기 ‘24개월’로 정해

문제는 정부가 계획예방정비주기를 별도로 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3년 발전소 계획예방정비 시행 기준을 마련했다. 2014년 1월1일부터 시행한 이 기준에 따르면 계획예방정비는 24개월이다. 한국서부발전이 이를 임의로 3년으로 늘리면 기준 위반이 된다.

이에 대해 한국서부발전은 “석탄화력 이용률 급감 등으로 발전환경이 변함에 따라 계획예방정비 주기 연장을 검토 중”이라고 답변했다. 사실상 정부 기준을 위반하는 내용임을 인정한 셈이다.

계획예방정비 횟수를 줄이면 고장에 따른 긴급정비가 늘어나 결과적으로 정비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한다.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는 “2년 주기로 점검하던 것을 3년으로 연장하면 자연히 정비 주기가 길어져 문제가 생길 우려가 높고, 이에 따른 고장시 사고 우려가 되레 높아진다”며 “정비예산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노동자 안전도 위협할 수 있는 포괄적인 안전예산”이라고 설명했다.

5년간 발전 공기업 불시정지 232건, 손해액 78억원

실제 발전소는 예상하기 어려운 불시 사고가 많은 곳이다. 2017년부터 올해 6월까지 발전 공기업 다섯 곳의 불시정지 횟수는 232건이나 된다. 이에 따른 발전 손실비용도 78억2천300만원이다. 기관별로 보면 한국서부발전 손실액이 32억3천700만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한국중부발전 20억7천200만원 △한국남동발전 12억3천950만원 △한국남부발전 8억6천400만원 △한국동서발전 4억1천100만원 순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를 지적한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은 “발전 공기업 불시정지 사고가 매년 발생한 것은 발전사가 안전 불감증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사정이 이런데도 최근 정부가 한국전력공사를 비롯한 발전산업 관련 공기업을 ‘재무위험기관’으로 지목하면서 발전 공기업은 지속해서 안전사고 우려를 자아내는 정비예산 감축을 만지작거리고 있다.<본지 2022년 10월12일자 5면 ‘[김용균씨 사고 잊었나] 한전·발전사 안전예산 970억원 줄였다’ 참조> 발전산업 관계자들에 따르면 계획예방정비 주기를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계획은 한국서부발전 외에 다른 발전 공기업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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