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G20 회원국 경제성장률 전망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지난 3일 발표한 <2022 무역개발보고서>(Trade and Development Report 2022)에서 올해 2.5%로 예상되는 글로벌 경제성장률이 2023년에는 2.2%로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선진국에서 이뤄지고 있는 통화재정 정책이 세계를 위험에 빠트리면서 지구적 수준의 경기후퇴와 스태그플레이션을 초래해 개발도상국들의 경제를 위기에 빠트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선진국 정부가 실시한 급격한 금리인상과 재정긴축이 코로나19 전염병, 우크라이나 전쟁과 맞물리면서 연이어 위기 상황을 초래하면서 지구적 수준의 경기둔화를 가져왔고, 그 결과 연착륙은 점점 불가능해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유엔무역개발회의는 10년 이상 이어진 초저금리 시기에 선진국의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을 목표치 이하로 유지하면서 보다 건강한 경제성장을 이루는 데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금리인상만으로도 경기후퇴 없이 물가를 내릴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경솔한 게임”을 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앞으로 진행될 실질임금 삭감, 재정긴축, 금융 불안, 다자간 지원과 협력의 부족이라는 위태로운 환경하에서 이뤄질 선진국들의 통화긴축은 많은 개도국과 일부 선진국에서 경기침체와 경제불안정을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올해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중국을 제외한 개발도상국들의 소득이 3천600억달러(504조원)가량 손실을 입을 것으로 유엔무역개발회의는 계산했다. 이와 관련해 레베카 그린스펀 유엔무역개발회의 사무총장은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고 취약계층을 도울 수 있는 수단을 갖고 있다. 이는 정책적 선택과 정치적 의지의 문제다. 하지만 현재의 행동 경로는 가장 취약한 사람들, 특히 개발도상국들을 해치고 있으며, 세계를 지구적 불황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고서가 제시한 2022년 2.5%와 2023년 2.2% 경제성장률로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회복시킬 수 없으며, 이러한 시나리오가 현실화한다면 누적 손실액은 전 세계 소득의 20%인 17조달러(2천38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그 피해는 선진국보다는 개발도상국과 후진국이 고스란히 부담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평균 성장률이 3% 밑으로 떨어지면 개발도상국 경제가 지속가능한 개발을 할 자원이 부족하게 되고, 공적 금융은 물론 사적 금융도 축소되면서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개발도상국으로의 순자본(net capital) 이동은 2021년 4분기 이래 금융 상황 악화로 마이너스로 돌아섰으며, 사실상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자본이 집중되고 있는 상태다. 올 들어 개발도상국 90개 나라에서 통화 가치가 하락했으며, 그중 30여개국에서 외환보유고가 10% 이상 감소했다. 개발도상국 46개 나라가 복합적인 경제적 충격에 노출돼 있으며, 다른 개발도상국 48개 나라가 글로벌 채무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유엔무역개발회의 보고서는 올 들어 환율 방어를 위해 3천790억달러(630조원)를 써 버린 개발도상국들의 경제 상황이 G20과 다른 국제금융기구들이 파악하는 것보다 훨씬 허약하다면서 지구적 차원의 금융안전망에 대한 국제사회의 논의가 점점 현실과 괴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3천790억달러는 국제통화기금(IMF)이 개발도상국에 새로 제공한 특별인출권(SDR)의 2배가 넘는 금액이다.

유엔무역개발회의는 선진국들이 개도국의 경제개발과 복지증진을 위해 제공하는 공적개발원조(ODA)를 늘릴 것을 요청했다. 이와 함께 자본 도피를 겪고 있는 개발도상국을 지원할 수 있는 다자간 자본 지원을 촉구했다. 특히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개발도상국의 물가상승률이 급상승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장지배력을 가진 다국적기업들의 과도한 이윤 추구를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엔무역개발회의 보고서는 “정책 입안자들이 직면한 진짜 문제는 수많은 돈이 부족한 상품을 쫓는 인플레이션 위기가 아니라, 수많은 기업들이 주주에게 지불하는 지나치게 많은 배당금과 수많은 정부들이 채무지급을 위해 또 다른 빚을 져야 하는 상황,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우성치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1964년 출범한 유엔무역개발회의는 개발도상국을 위해 무역과 개발을 다루는 유엔 산하 국제기구다. 195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 외교부는 지난해 7월2일 68차 유엔무역개발회의 무역개발이사회가 폐막 세션에서 우리나라를 개발도상국 지위에서 선진국 지위로 격상시켰다고 발표하면서 유엔무역개발회의가 언론의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윤효원 객원기자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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