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5일 고용노동부를 시작으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노동부와 그 소관 기관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시작한다. 윤석열 정부 첫 국감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안전보건·노사관계·비정규 노동·고용 문제를 포함해 노동현안은 즐비하다. 이번 환노위 국감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하신아 웹툰작가노조 사무국장
하신아 웹툰작가노조 사무국장

진정한 ‘플랫폼 국감’이 되길
하신아 웹툰작가노조 사무국장

지난해에 올해도 ‘플랫폼 국감’이라고들 한다. 허나 지난해에는 플랫폼 노동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플랫폼종사자법안과, 플랫폼기업이 사용자가 아니라 중간관리업체나 플랫폼 서비스 이용자가 사용자라고 법적으로 전제하는 직업안정법 전부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로 국감이 진행됐다. 정부는 이 법안들의 연내 통과를 강력하게 추진했다. 이에 지난해 10월5일 환노위 국감 직전, 국회의사당 앞에서 대리기사노조·배달라이더유니온·택시기사노조·웹툰작가노조가 함께 만든 ‘플랫폼노동희망찾기’가 플랫폼종사자법 반대 기자회견을 여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됐다. 결국 플랫폼노동 대책 수립은 차기 정권의 과제로 남겨졌다.

이번 국감은 플랫폼노동에 대해 더욱 깊고 진실한 이해를 바탕으로 치러지길 염원한다. ‘플랫폼’이란 다양한 형태를 지닌다. 그중 모빌리티 플랫폼 등 노무이용형 플랫폼과 웹툰·웹소설을 대표로 하는 큐레이션형 플랫폼은 결코 ‘단순한 중개자’일 수 없다. 교묘한 구조 속에서 갖은 방법으로 노동 통제를 행하는 ‘사용자’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일감을 받고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 플랫폼의 노예가 돼야 한다. 특히 웹툰 플랫폼은 프로모션, 즉 수많은 작품 가운데 대중에게 노출되는 극소수를 플랫폼이 독점하고 그 선발 기준은 영업비밀이라며 제작사 및 창작자들을 플랫폼의 말에만 따르도록 만든다. 그로 인해 자신이 받은 노동 대가의 두 배, 세 배를 갚아야 하는 소위 ‘MG’(Minimum Guarantee) 체제가 공고해졌으며, 플랫폼이 수익의 40%가 넘는 과도한 수수료를 가져가도 제작사와 창작자들은 저항하지 못한다. 피라미드의 가장 하단에 있는 창작노동자들은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 게다가 창작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제재로 캐릭터의 티셔츠 무늬까지 바꾸라 하는 플랫폼의 ‘빨간펜’ 간섭에 우리나라 웹툰의 장르적 다양성은 점차 메말라 가고 있으니, 거시적으로 산업 발전조차 저해하는 마당이다.

플랫폼 노동자에게 종속성을 입증하고 근로자성을 입증하라는 구시대적 논리로는 급격히 변화하는 노동시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플랫폼이 공공재에 무임승차하는 태도를 버리고, 사용자로서 사회적 책임을 인정해야만 사회의 건강한 발전이 이뤄질 것이다. 2022년 가을에는 부디 플랫폼 사업자의 다양한 형태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플랫폼에게 사회적 책임을 묻고, 사용자책임을 부과하는 적절한 대책이 마련되는 진정한 ‘플랫폼 국감’을 바란다.

 

권영국 변호사(해우법률사무소)
권영국 변호사(해우법률사무소)

중대재해 경영책임자 추궁할 의지 있나
권영국 변호사(해우법률사무소)

이번 환노위 국감에 동국제강 김연극 대표이사가 증인으로 채택됐다. 올해 발생한 동국제강 포항공장 고 이동우씨 산재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 발생과 관련해서다. 이와 함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위반 1호 기업인 삼표산업 대표이사, 광주 화정동 아파트 신축 공사현장 붕괴로 6명이 사망한 현대산업개발, 그리고 올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무려 3번이나 사망사고가 반복해 발생한 기업 등에서도 대표이사가 국감 증인으로 명단에 올랐다.

윤석열 정부가 기업의 처벌에 대한 부담을 경감시켜 준다는 명분으로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의 의무와 책임을 감경해 사실상 법을 무력화하는 시행령 개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이번 정기국회 국감에서 다룰 중대재해 다발 사업장에 대한 의제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에서 실질적인 권한을 갖는 경영책임자에게 안전보건확보 의무와 책임을 지우고 그 의무를 다하지 못해 중대재해가 발생한 경우 법적 책임을 지게 함으로써, 기업의 안전의식과 안전시스템을 바꿔 중대재해를 예방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까지의 중대재해 발생 현황을 예년과 비교해 보면 법의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 내야 한다. 지금까지 100여건이 넘는 중대재해 발생에도 급성중독 사고를 일으킨 두성산업 1건을 제외하고는 중대재해로 경영책임자가 기소된 사례가 없다.

법 시행으로부터 무려 8개월 이상이 지났음에도 검찰과 노동부는 수사 진행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 법의 집행을 유기하고 있다. 기업경영에 부담을 준다며 법을 무력화하려는 정부의 입장과 감독·수사당국의 소극적 태도로 사용자들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제대로 개선하기보다 법령의 개악을 기다리며 적용을 회피하는 데 노력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인지, 실제 위험을 감내해야 하는 노동자들의 의견 제시 및 참여 기회는 주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서류 중심의 외형을 갖추는 데 주력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그리고 국회 또한 기업의 오너인 실질적인 경영책임자를 증인으로 불러내지 않았다. 동국제강의 실질적인 경영책임자는 ‘월급 사장’인 김연극 대표이사가 아니고 부회장인 장세욱 대표이사다. 각자 대표이사 체계임에도 월급 사장을 증인으로 불러낸 것은 국회가 실질적인 경영책임자에게 제대로 책임을 추궁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오상훈 삼성화재노조 위원장(삼성그룹노조연대 의장)
오상훈 삼성화재노조 위원장(삼성그룹노조연대 의장)

무노조경영 폐기 약속 검증해야 하는데…
오상훈 삼성화재노조 위원장(삼성그룹노조연대 의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무노조경영을 폐기한 지 2년5개월이 지난 지금, 이번 국감은 진정성을 검증하는 자리다.

결론적으로 삼성의 무노조경영 기조는 바뀌지 않았다. 삼성은 폭력적인 노조파괴 행위를 했던 과거와 달리 겉으로는 매우 신사적이고 점잖게 노조를 대하는 것 같지만, 더 세련된 방식과 편법으로 노조를 억누르고 있다.

노조 대항마인 노사협의회와 어용노조를 활용해서, 노조의 힘을 지속적으로 빼면서 무력화시키고 있다. 노사협의회와 임금협약 및 근로조건협약을 먼저 체결한 후 노조의 교섭권을 종잇장으로 만든다. 노조와의 교섭은 형식적으로 진행하고 임금을 단 1도 올릴 수 없다고 반복한다. 그 뒤에는 노사협의회와의 타결 결과에 노조가 구속되게 만든다. 이를 지켜보고 있는 직원들은 노조의 힘이 없음을 느끼고 노조가입을 꺼린다. 삼성의 현재 모습이다. 노조를 무시하고 조롱하고 배척하는 태도를 대부분 계열사에서 일관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는 이런 삼성의 상황에 대해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국민에게 알리고 진실을 밝히고 싶다. 하지만 국회 환노위는 약자인 삼성 노동자가 아닌, 절대 강자인 삼성 자본 비호를 선택했다.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가 증인으로 신청한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계열사의 대표이사 중 한 명도 채택하지 않았다. 반박 증언할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노조위원장들만 참고인으로 참석하게 된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삼성이 보이지 않는 손이 돼 국회를 휘젓고 있음이 또 한 번 입증됐다.

삼성 경영진은 왜 피하는가? 떳떳하고 당당하다면 국민이 보는 국감장에 나와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의원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 이재용 부회장이 2년 전 약속한 무노조경영 폐기를 실천하고 있다고.

국회와 고용노동부는 노조가 존재할 경우 노사협의회가 임금교섭과 근로조건 변경을 할 수 없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민병조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장
민병조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장

적당히 넘어가는 국감 안 된다
민병조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장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이 또 20%대로 떨어졌다고 한다. 이런 지지율은 정권 말기에서도 쉽게 나오지 않는 지지율일 것이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 윤석열 대통령 개인의 잘못만은 아닐 것이다. 그 주변에서 보좌하고 정책을 입안하고 정책을 추진해 나가는 행정부와 대통령실의 관료, 그리고 정치가들이 만들어 낸 작품이다. 현재 진행되는 상황들을 살펴보면 무능함을 뛰어넘어 국정을 살피고 국정을 이끌어 갈 생각조차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그렇기에 아무런 힘도 능력도 수단도 없이 비정규직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자본이 던져 주는 최저임금으로 현실을 살아 내야 하는 노동자로서의 삶이 주는 고통이 얼마나 심각한지 그들은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임금인상이 물가상승을 따라가지 못하고, 폭염과 한파에 냉·난방장치도 제공되지 않는 현장에서 적절한 휴식도 보장받지 못한 채 부상과 죽음으로 내몰리고, 이를 항의하는 노동자를 해고하고 이러한 현실을 바꿔 보자고 나섰던 노동자에게 감당할 수 없는 손해배상을 판결하는 지금의 현실을 누가 방조하고 누가 만들어 냈는지 반성해야 할 때다.

국정감사는 늘 중요하지만 올해의 국정감사는 그 중요성이 더욱 크다 할 것이다. 여당이냐 야당이냐, 다수당이냐 소수당이냐를 떠나서 머리를 맞대고 당면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국정감사가 돼야 할 것이다.

절박한 노동자의 현실이 외면받고 이로 인해 사회적 격차가 심화하고 있는 현실에서 노동과 자본을 등치시켜 합치라는 명목하에 적당하게 합의하고 넘어가는 일들이 계속돼서는 안 된다.

점점 더 기울어 가고 있는 운동장의 기울기를 바로잡고 노동권을 보장하는 국정감사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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