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가 29일 금융위원회가 위치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보험사의 무분별한 자회사 설립에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보험사 노동자들이 무분별한 보험사의 판매채널 분리 시도 규제를 금융당국에 촉구했다.

사무금융노조(위원장 이재진)는 2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위는 규제완화를 구실로 보험사 자회사 설립 요청을 무분별하게 허가하지 말고 규정에 명시된 승인요건을 엄격한 잣대로 심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보험사는 보험상품 개발조직과 판매조직을 분리하는 이른바 제판분리(제조·판매 분리)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한화생명과 미래에셋생명·동양생명·푸르덴셜생명이 법인보험대리점(GA) 자회사와 텔레마케팅(TM) 자회사를 속속 설립했다. 노조에 따르면 올해도 신한라이프와 흥국생명·라이나생명·에이스손해보험이 하반기를 목표로 제판분리를 추진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보험사가 보험설계사 관리부담을 덜기 위해 이들을 고용불안으로 내몬다고 비판했다. 이재진 위원장은 “사용자쪽은 경영전략으로 제판분리를 포장하고 있지만 실상은 전속 보험설계사 고용보험료 부담을 회피하고,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른 불안전판매 위험을 전가하려는 것”이라며 “금융당국은 자회사 설립 인·허가를 무분별하게 내줄 게 아니라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자격요건을 갖췄는지, 유동성 비율은 양호한지 점검하고, 자회사 설립 요청시 고용승계를 요건으로 해 고용안정을 담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판분리는 보험설계사뿐 아니라 보험사 내근직에도 영향을 준다. 실제 지난해 제판분리를 추진한 한 보험사는 자회사 설립 과정에서 지역 판매조직을 통폐합하고 내근직을 근무가 불가능한 원격지로 전적하는 등 사실상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김일영 노조 생명보험업종본부장은 “제판분리 같은 허울 좋은 말로 사실상 조직 쪼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사업비 절감을 위해 노동자를 해고하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제판분리를 추진하는 보험사 속내는 자산운용사로 탈바꿈하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김 본부장은 “민간보험은 국가가 보장하지 못하는 부분을 보완하는 사회적 책임이 있는 업종”이라며 “그럼에도 영업조직을 폐지하려는 것은 사실상 보험사 명패를 걸고 자산운용사로 탈바꿈하려는 시도는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제판분리 시도가 고객 민원 회피라는 지적도 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실제 금감원 민원 가운데 상당수가 보험업 관련 민원”이라며 “적금인 줄 알고 가입했다가 변액보험으로 원금손실을 입는 등 불완전판매가 빈발한 상황에서 보험사는 잡음이 많은 판매조직을 분사하고, 계약심사 같은 업무마저 외주화해 사실상 지주사로 군림하려는 속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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