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예슬 기자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한화그룹에 스토킹호스(제한적 입찰 경쟁) 방식으로 매각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산업은행(회장 강석훈)은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동관 7층 대회의실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우조선과 한화그룹이 2조원의 유상증자 방안을 포함한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이날 체결했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이 추가 발행한 주식을 한화그룹이 유상으로 인수하는 방식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한화임팩트파트너스와 한화에너지 자회사 세 곳이 참여하는 3자 배정 유상증자 형태다. 증자가 이뤄지면 대우조선해양의 산업은행 지분은 55.7%에서 28.2%로 줄고, 한화그룹이 지분 49.3%를 가진 대주주가 된다.

산업은행은 2019년부터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을 추진해 왔지만 올해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 불승인 결정으로 합병이 무산됐다. 이후 통매각·분리매각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매수자를 찾았고, 한화그룹이 인수의향을 밝혔다.

산업은행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대우조선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여타 채권단 협조를 구해 기존 금융지원 방안을 연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은 이달 27일부터 경쟁입찰을 3주간 진행한다. 우선협상 대상자인 한화그룹보다 더 나은 안을 제시하는 기업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한화그룹이 최대 6주간 실사에 나선다. 이후 변동이 없다면 한화가 최종 투자자로 선정돼 대우조선해양과 본계약을 체결한다는 계획이다. 산업은행은 올해 안에 본계약을 체결하고 내년 상반기에는 마무리할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노동계가 우려하던 분리매각이나 해외 매각이 이뤄질 가능성은 적다. 강석훈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의 LNG나 방산 부문에 국가기술이 많이 포함돼 있어 해외가 주체가 되는 인수자에게는 입찰 자격을 주지 않으려 한다”며 “다만 한국기업이 주체가 되고 외국자본이 재무적투자자(FI)로 들어오는 경우는 허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조조정 가능성에 대해 강석훈 회장은 “한화그룹의 인수가 확정되면 다양한 경영효율화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경영권이 매각된 상태에서 경영효율성 강화의 주체는 한화”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대우조선해양이 일감이 많이 몰려있어서, 인위적인 인적 구조조정이 필요없지 않을까 예상은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화그룹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단순한 이익 창출 수단을 넘어 투자와 일자리, 수출 확대로 대우조선해양이 위치한 경남 거제의 지역사회와 상생하고, 조선 기자재와 하청 제작 업체 등 지역 뿌리산업과도 지속 가능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겠다”고 전했다.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당사자 참여 없는 일방적인 밀실 매각에 분노한다”며 “윤석열 정부와 산업은행은 지금이라도 매각 진행 내용을 당사자인 지회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노동조합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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