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광주근로자건강센터 노동자가 안전보건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불법파견 소송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광주고법(재판장 최인규)은 지난 22일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안전보건공단과 근로자건강센터 직원 사이에 근로자파견관계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원심판결을 취소했다. 근로자건강센터는 소규모 사업장 소속 노동자에 대한 건강상담관리, 직업성 질병 예방활동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안전보건공단이 민간기관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문길주 광주근로자건강센터 전 사무국장은 2020년 3월 “근로자건강센터의 실제 운영기관은 안전보건공단”이라며 공단을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근로자건강센터는 2013년부터 2019년 12월까지 조선대 산학협력단이 위탁운영했지만, 조선대가 위탁운영을 중단하면서 근로복지공단 순천병원에 위탁됐다. 그 과정에서 문 전 사무국장은 사직했다.

광주고법은 “조선대가 안전보건공단의 관여 없이 자체적으로 전문인력을 채용하고 자율적으로 운영했다”며 “피고가 광주센터의 사무국장인 원고에게 업무상 구속력 있는 상당한 지휘·명령을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근로자건강센터는 센터장과 의사·간호사·직업환경전문가·근골격계전문가·직무스트레스전문가 등 필수인력 최소 7명을 배치해야 하는데, 전담인력 외 추가 소요인력은 예산 범위 내에서 위탁기관이 자율적으로 운영했다는 것이다.

안전보건공단이 2015년 발간한 업무수행가이드는 1심에서 불법파견 근거로 사용됐다. 반면에 2심 법원은 “업무수행 절차와 방법에 관한 자세한 내용이 담겨 있기는 하다”면서도 “피고는 각 센터 소속 근로자들이 업무수행가이드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는지, 업무수행가이드에서 정한 양식을 사용했는지 여부를 전혀 관리·감독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안전보건공단이 개발해 보급한 전산시스템 어울림에 대해서는 “피고가 원고 등 센터 소속 개별 근로자들에게 업무지시를 하는 기능이나 개별 근로자의 성과를 측정하고 평가하는 기능이 갖춰져 있지 않다”며 “어울림 시스템을 통해 각 센터나 센터 소속 근로자들에 대해 업무상 지휘·명령을 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원고쪽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할 계획이다.

광주지법은 지난해 9월 “전국 센터 운영기관은 공단에서 매년 종합평가를 받아 그 결과에 따라 다음 연도 사업비 예산을 차등지급 받는 등 상당한 정도의 구속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는 전국 센터의 주간 또는 월간 실적으로 확인함으로써 상시적으로 전국 센터의 운영을 직·간접적으로 관리해 왔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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