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노련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 절대다수(93.41%)가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정부 차원의 대응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2050 탄소중립 정책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의 취지에 공감(61%)하는 수준은 낮았고, 무엇보다 실현 가능성에는 부정적(82.2%) 의견이 높았다. 정부가 발전노동자 고용불안 해소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82.8%)는 인식이 높았고, 정부정책 추진에 따라 민영화가 우려된다(89.2%)고 응답했다. 기후위기 노동전환과 관련한 법안이 1년째 국회에 잠들어 있어 논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공공노련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과 노조의 대응 전략 정책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이 의원이 발의한 산업구조 전환에 따른 노동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을 촉구했다. 이번 정책연구 결과는 연맹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조합원 2천72명을 대상으로 5월30일부터 6월21일까지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를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가 분석했다.

92% “기후위기 따른 실업 위기”

실태조사 결과 발전노동자는 기후위기를 심각한 사회문제로 보고 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인식했다. 인식 정도는 회사에 따라 소폭 차이가 있었는데, 한전KPS 노동자가 97.1%로 가장 높았고, 발전공기업 95.8%, 발전자회사 90.1%, 한전산업개발 88.9% 순이다.

한전산업개발 노동자는 기후위기에 따른 직업환경 악화나 실업 위기를 더 크게 체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전노동자 가운데 이런 영향을 전망한 노동자는 92.1%로 나타났는데, 한전산업개발 노동자는 94.6%로 인식 정도가 높았다. 이미 석탄화력발전소가 순차적으로 폐쇄되면서 실업이 발생한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인식은 낮았다. 정의로운 전환은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 과정에서 직·간접적 피해를 입는 지역·산업·노동자·농민·중소 상공인을 보호하고 부담을 사회적으로 분담하는 정책이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발전노동자 절반 이상(54.7%)이 이런 개념을 들어보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른 우려는 폭넓게 나타났다. 일자리 문제(27.16%)를 우려하는 이들이 가장 많았다. 전기요금이 상승하고(25.69%), 전기공급이 불안정해질 것(24.72%)이라는 우려도 컸다. 재생에너지 난개발로 환경이 오히려 훼손(15.23%)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발전노동자로서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른 고용위기 발생 우려는 심각한 수준(86.7%)으로 봤다. 향후 5~10년 내 고용문제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응답이 36.5%로 가장 높았다. 고용문제 현실화 시점으로는 3~5년이 30.4%, 2~3년이 17,2%, 10년 이상이 10.5%였다.

정부 정책 공감은 61% 불과
64%는 “고용불안 해소 도움 안돼”

문제는 관련 정책에 대한 인식과 수용성이다.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정책과 탄소중립기본법에 대해 알고 있다는 응답은 각각 89.1%와 82.1%로 높았다. 그렇지만 취지와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응답은 61%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실현 가능성은 아예 부정적 답변이 앞섰다. 응답자 82.2%가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봤다.

정부 정책 신뢰도는 낮았다. 탄소중립기본법 같은 정책이 노동자 고용불안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지 묻는 질문에 64.1%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정부가 고용불안 해소에 노력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82.8%였다.

눈여겨볼 대목은 발전노동자 다수가 정부 정책을 민영화 시도로 해석한다는 점이다. 정부의 기후위기 정책 추진으로 민영화가 우려된다는 응답은 89.2%나 됐다. 민간기업 중심의 에너지 전환정책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 공공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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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탈석탄 늦출 것” 66%
“소통 부재로 정책 인지 낮은 결과”

정부의 소통노력은 매우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탈원전정책을 백지화한 것을 두고 “탄소중립 정책에 이바지할 것이다”고 응답한 비율은 66.18%로 나타났는데, 이에 따라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시기를 조절할 것이라는 기대(66.2%)가 반영됐다. 연구진은 “실질적으로 탈원전 백지화 정책이 발전소 폐쇄 시기를 연장 조정하지 않을 것임에도 이런 답변을 보이는 것은 응답자가 새 정부 정책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실제 정부가 정책 소통을 하지 않고 있다는 응답은 90.4%였다.

정부의 소통 노력은 노동자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영향을 준다. 연구진은 “연구 결과 노동자의 불안 정도에 유의미한 영향을 및는 변수는 정부가 유일하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바꿔 말하면 노동자의 기후위기 불안감이 높고 수용성이 낮은 책임은 정부에 있다는 것이다.

실제 정부는 기후위기에 따른 산업전환 관련 정책이 필요하다는 요구에도 묵묵부답이다. 기후위기 정책 대응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장 자리도 정부가 바뀌면서 공석이다.

노동전환지원법 1년째 계류 중
여당 관련 법안 발의로 정기국회 논의 전망

최철호 연맹 수석부위원장은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발전노동자는 탄소중립 정책의 의의와 필요성에 공감함에도 정책 추진 과정의 소통 부재로 밀려나 있다”며 “이 결과 노동전환 지원 방안이나 구조조정 대비 같은 고용정책 실효성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석탄화력발전소 폐쇄가 가속화하고 대규모화할 텐데 고용문제를 둘러싼 노사정 간 갈등이 심각한 사회 갈등으로 등장할 것”이라며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의로운 전환 정책을 시급히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회 차원의 대응은 더디다. 이수진 의원이 발의한 노동전환지원법은 1년째 계류 중이다. 그나마 최근 국민의힘에서 관련 법안을 발의하면서 정기국회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이수진 의원은 “탄소중립 같은 전환기를 맞아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양질의 일자리 전환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며 “탄소중립은 정의로운 전환과 함께 가야 하고, 그것이 국민이 원하는 정책 방향”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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