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한국수력원자력

윤석열 정부가 원자력발전 가속페달을 밟는다.

환경부는 20일 원전을 한국형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에 원자력 핵심기술 연구·개발·실증과 원전 신규건설·계속운전을 포함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녹색분류체계 초안을 공개했다. 지난해 12월 발표 당시에는 원전을 제외했지만 정권이 바뀐 뒤 “원전도 녹색”이라며 포함한 것이다.

정부는 유럽도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했다고 강변했다. 환경부는 “12월 발표 당시 원전은 유럽연합(EU) 같은 국제 동향과 국내 여건을 고려해 포함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며 “최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국내외 원전 역할이 재조명되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에너지 안보 의식이 커지면서 EU는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EU와 비교하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의무는 미약하다. EU는 2050년까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가동을 위한 문서화된 세부계획을 확보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와 달리 환경부는 “이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과 관련한 국가차원의 세부계획이 있다”며 “특별법 마련에 더 중점을 두겠다”고 했다.

실제 우리나라에도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련 계획은 있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이다. 문제는 이 기본계획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에 대한 정확한 확보 시점이 없다는 점이다. 그저 처분시설 확보에 소요될 대략의 기간만 정했을 뿐 언제 시작해서 언제 마칠지는 담기지 않았다.

소요기간도 하세월이다. 계획에 따르면 13년간 부지확정을 하고, 확보 이후 건설·실증 연구에 14년, 연구처분시설 건설에 10년을 소요한다. 장장 37년에 걸친 확보 계획인 셈이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 문제는 눈앞에 닥쳤다. 지난해 말 기준 경북 월성원전 저장시설은 98.8%가 찼고, 다른 원전도 순차적으로 포화시기가 도래한다. 이대로라면 9년 내 모든 원전의 임시저장시설이 꽉 찰 전망이다.

에너지전환포럼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는) EU의 그린 택소노미에 부합하지 못하는 기준을 제시해 사실상 국내 원전 활성화를 위한 명분 쌓기용 지원제도로 전락할 것으로 보인다”며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나 처분 계획 없이 건설과 운영에만 관심을 둬 미래세대에 필요비용을 전가하는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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