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다운 변호사(법무법인 지향)

대상판결 : 서울행정법원 2022. 5. 19. 선고 2020구합53613 판결 / 서울행정법원 2022. 5. 19.자 2020아10699 결정

1. 사실관계

원고들은 배달대행업체에 소속돼 배달업무에 종사한 사람들로 옛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에서 규정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다. 피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9~2020년 원고들이 각 소속된 사업장의 사업주에게 원고들에 대한 산재보험료를 부과하는 처분을 했고, 위 사업주들은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49조의3 2항에 따라 그 산재보험료의 절반을 원고들의 임금으로부터 차감하는 방식으로 징수해 피고에게 납부했다. 이에 원고들은 일반적인 근로자의 경우 사업주가 산재보험료를 전부 부담하는 것과 달리,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경우 산재보험료의 2분의 1을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하여금 부담하도록 하는 법률조항은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차별로서 무효라고 주장하며 원고들이 납부한 산재보험료의 반환을 청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나아가 산재보험료 산정의 근거가 된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49조의3 2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할 것을 법원에 신청했다.

2. 대상판결의 내용

가. 원고들(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원고적격

피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인 원고들이 아니라 그들이 소속된 각 사업주에게 보험료부과 처분을 할 뿐이고,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인 원고들이 산재보험료 중 일부를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직접적인 납부의무자가 아니므로 원고들에게 그 부과처분의 취소를 구할 원고적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원고들이 이 사건 처분의 상대방이 아닌 제3자에 해당하기는 하나, 옛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은 사업주로 하여금 원고들로부터 보험료 상당을 원천공제해 일괄 납부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행정소송법상 해당 처분의 취소를 구할 수 있는 개별적·직접적·구체적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이라고 봐 원고적격을 인정했고, 이는 지극히 타당하다.

나. 산재보험료부과 처분의 적법 여부 - 평등의 원칙 위배 여부

서울행정법원은 산재보험법상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관한 규정의 개정 연혁을 살피면서, ① 산재보험 수급권은 법률에 의해 구체적으로 형성되는 권리로서 국가가 전체적인 사회보장 수준과 경제 수준 등을 고려해 그 내용과 범위를 정하는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이 인정되고, ② 외국의 입법례를 보면 많은 나라에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그 보호의 방법과 정도는 달리하고 있는 점, ③ 옛 산재보험법상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사업주에 대한 전속성이나 보수의존성 정도가 높고, 노무를 제공할 때 타인을 사용하지 않으므로 독립된 사업자로서의 징표가 약하다고 볼 수 있으나, 이 경우에도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부담하는 등으로 사업자로서의 특징이 나타난다는 점에서 근로자와 다르고, 사업주와 유사한 측면이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게 산재보험료의 2분의 1을 부담하게 하는 것이 합리적 근거 없이 자의적으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차별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판시는 아래에서 살펴볼 바와 같이 산재보험에 관한 입법재량의 범위를 잘못 판단한 것임은 물론, 업무상 재해에 관해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을 불리하게 취급해야 할 이유가 되지 못하므로 문제가 된다.

3.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등장

1980년대 중반부터 사업주들은 고용상 제반 책임과 비용의 경감을 위해 새로운 인력정책을 도입하거나 확대했는데, 그 핵심은 상시 또는 직접 고용하는 근로자의 수를 최소화하는 것이었다. 비정규직 사용의 확대, 외부화 및 비근로자화 등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 도입된 대표적인 방식이다. 이에 따라 일반 근로자와 유사한 정도로 인적·경제적 종속 또는 의존성을 가지면서도 외관상 자영인의 형태를 띠는 노동자들이 다수 나타나게 됐다.

국회는 2007년 전부개정된 산재보험법에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개념을 처음 도입하고, 일부 직종에 종사하는 노무제공자들에 대해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규정을 신설했다. 그러면서도 산재보험료징수법에서 일반적인 근로자의 경우 그 사업주가 산재보험료를 전액 부담하는 것과 달리,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경우 산재보험료의 2분의 1을 부담하도록 했다. 또한 구 산재보험법은 일반 근로자의 경우 산재보험 가입을 의무화한 것과 달리,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경우 ‘적용제외 신청’제도를 둬 산재보험 가입 의무를 면제하는 예외규정을 마련했다. 이러한 예외규정은 실제로 대부분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하여금 금전적 부담으로 인해 적용제외 신청을 하도록 유인해 실질적으로 이들을 산재보험제도에 편입시키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이와 같은 문제점이 지적되자 적용제외 신청제도는 2021년 1월5일 법률개정으로 개선됐다).

4.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산재보험료 차별

산재보험제도는 사업주가 납부하는 보험료를 주된 재원으로 해 근로자에게 발생하는 업무상 재해라는 사회적 위험을 보험 방식에 의해 대처하는 사회보험이다. 특히 산재보험은 연금보험 등 여타 사회보험과는 달리 국가가 그 재정조달에 기여하는 정도가 극히 미미한 바, 법원 역시도 산재보험은 그 제도 운영에 관해 국가가 가지는 입법형성권의 범위가 상대적으로 좁다고 판시한 바 있다. 즉, 산재보험에서 사업주와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간 산재보험료 부담비율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의 문제는 국가의 재정적 여건을 고려해 단계적 입법재량이 허용되는 영역이 아니고 오로지 사회보험료 분배에 관한 원칙에 의거해 차별 없이 합리적으로 보험료가 산정된 것인지를 살펴봐야 한다.

이에 기초해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 차별적으로 취급하는 것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것인가를 살펴봐야 한다. 무엇보다도 ‘업무상 재해’라는 산재보험제도 영역에 있어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보호를 달리 해야 할 아무런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 설령 사업주가 만들어 낸 고용형태나 계약의 외관이 다르다고 할지라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모두 자신의 노동을 제공해 얻은 수입으로 생활을 영위한다는 점이 동일하다. 나아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근로환경에서 동일한 재해위험에 노출돼 노무를 제공하고 있으므로, 이들을 업무상 재해로부터 보호해야 할 필요성과 당위성 역시 동일하기 때문이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일반적인 근로자와 달리 부담해야 하는 ‘2분의 1’의 보험료에 관해서는 어떠한 논리적·산술적 근거도 존재하지 않는다.

나아가 산재보험료와 같은 사회보험료 산정시 적용해야 할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사회연대의 원칙’이다. 산재보험 역시 이러한 원칙에 기초해 기업조직의 위험으로부터 발생하는 업무상 재해를 사회보험의 방식으로 대처하고자 마련된 제도다. 이에 비춰 본다면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취약한 지위에 있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보험료 산정에 있어서도 양(+)의 분배를 받는 수혜자가 돼야 한다. 그럼에도 대상판결은 근로자보다 제도적으로 취약한 지위에 있음이 명백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게는 일반적인 근로자에게는 부과하지 않는 산재보험료 부담을 지우고 있는바, 이는 사회연대의 원리에도 역행하는 차별이다.

5. 결론

대상판결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의 취약한 지위와 여건에도, 오로지 그들이 외관상 ‘비근로자’화 돼 있는 형식에 주목해 산재보험법상 차별적으로 취급하는 데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는 판결을 설시했다. 그러나 업무상 재해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산재보험법 등의 입법목적에 비춰 본다면,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게 보험료를 가중부과하는 차별이 합리화되기는 어렵다. 최근 산재보험법의 일부개정으로 산재보험 수급권의 범위가 일부 확장됐으나 여전히 산재보험료상 차별은 시정되지 않았다. 타인을 위해 노무를 제공하는 노동자가 차별 없이 산재보험제도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다 포괄적인 입법적 노력과 사법적 판단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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