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가 16일 총파업을 한다. 실질임금 인상, 은행 점포폐쇄 규제 강화, 공공기관 구조조정 중단, 산업은행 부산 이전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전가의 보도처럼 ‘배부른 귀족노조 파업’ 프레임만 작동하고 있다. 왜 파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지, 당사자들의 목소리는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

류제강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
▲ 류제강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

금융노조가 6년만에 총파업에 돌입한다. 금융공공성 회복 등 파업하는 명분이 다양하지만 적지 않은 언론에서 여론을 빙자해 귀족노조의 이기주의로 폄하하고 있다.

그러나 정말 고액 연봉을 받는 노동자들의 탐욕일까?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측은 그동안 총액 1.4% 임금인상안을 고수하다 “총파업 미시행시”라는 조건을 달아 지난 14일 대대표 교섭에서 2.4% 인상 수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단체협약 개정 요구안은 여전히 모두 수용불가다.

단체협약 개정요구안에 대해 모두 수용불가로 맞서는 것도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지만, 우선 임금인상과 관련한 논란만 살펴보더라도 그들의 비약은 논리적이지 못하다.

2.4%의 임금인상은 한국은행이 발표한 물가상승률 5.2%를 감안할 때 실질구매력이 감소하게 된다. 과거 100원으로 10개를 살 수 있었다면 물가상승으로 105.2원이 되어야 10개를 살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2.4%의 임금인상으로 102.4원의 급여를 받게 되더라도 당장 급여 노동자는 구매할 수 있는 수량을 1개 줄여야 한다.

만약 회사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노동자들이 이러한 여건을 감안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자 장사’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금융권은 연일 역대급 최대 수익을 갈아 치우고 있는 중이다.

단순한 주장이 아니다. 금융감독원이 6일 발표한 2022년 상반기 금융지주회사 경영실적에 따르면 금융지주사 10곳의 연결당기순이익은 12조4천1억원이다. 전년 동기 11조4천961억원 대비 9천40억원(7.9%)이나 증가했다. 올해만이 아니다. 올해 4월 금감원이 발표한 지난해 금융지주사 10곳의 연결당기순이익은 21조1천890억원이다.

이게 모두 경영진이 경영을 잘해서 만든 이익인가. 창구에서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감수하고 고객을 대면한 노동자들의 피와 땀이 일군 성과인가.

그런데도 회사의 성과와 노동자들의 노고에는 관계없이 금융노동자는 단지 다른 급여 노동자보다 여건이 상대적으로 낫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실질임금 감소를 감수해야 하는 것일까? 금융노조의 지난 10년간 누적 임금인상률은 23.95%로 이미 전 산업 협약 임금인상률 37.6%, 금융보험업 협약 임금인상률 41.6%, 공무원 임금인상률 25.8%보다도 낮은 수준의 임금인상을 계속해서 감수해 왔다.

과연 어느 부분이 과도하고 탐욕스러운 것일까? 반대로 급여 노동자가 최소한 구매력이 감소하지 않는 물가상승률 정도의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고 당연한 주장일 수밖에 없다.

사용자들이 금융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막무가내로 거부하고 있는 것은 노사 어느 한쪽의 치우침 없이 갈등을 중재해야 할 정부가 “인금인상 자제”를 공론화하며 노골적으로 사용자들의 편에 선 상황과 무관치 않다.

따라서 금융노조의 이번 총파업은 실질임금의 감소 없이 일한 만큼 합당한 보상을 쟁취하기 위한 금융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 행사다. 사용자 편에서 각종 노동정책의 후퇴를 추진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를 향한 경고이기도 하다.

헌법과 관련 법률에 따른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 행사, 그리고 요구 수준이 최소치인 물가상승률과 같다는 점을 감안할 때 비난받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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