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여름철 일이다. 공장 내 설비 개조 공사가 잡혔다. 설비를 교체하고, 기존에 사용하던 주변 배관을 철거하고, 새 배관을 설치하는 작업이었다. 배관팀 한 팀이 설치작업을 하고 있었다. 일반적인 작업이면 숍(=공방)에서 배관을 미리 만들었지만, 공사 구간이 복잡했다. 현장에서 하나하나 용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공사 난도가 높고, 공장 실내에서 작업할 수밖에 없었다.

배관공이 현장에서 사전에 그려진 도면을 기준으로 배관을 짜고, 보조공이 배관을 그라인더로 자르고 다듬었다. 용접공은 배관을 이어 붙여 라인을 제작하고 있었다. 이 셋 모두 등판에 땀이 홍수처럼 흘러내렸다. 땀은 굳어 소금꽃을 피웠다가, 도로 땀으로 흐드러지길 반복했다. 특히 용접공이 평소보다 열심히 배관과 배관 사이에 비드를 그려 내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보고 “반장님, 날 더우니까 그까이 하고 쉬엄쉬엄 때우이소”라고 했지만 “내 쫌만 더 하고 쉴게” 하길래 대수롭지 않게 지나가려고 했다.

그 순간 용접공은 더위를 호소하며 일어섰고, 휘청거리다 쓰러졌다. 급하게 뒤돌아서 용접공을 업고 휴게공간으로 뛰어갔다.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늘진 곳에서 바로 용접공을 눕히고 안전장구류를 해체하고 상의를 벗겼다. 상의를 벗기니 시큼한 땀 냄새와 열 기운이 얼굴에 닿았다. 바로 찬물을 뿌리고, 응급조치를 취했다.

곧 용접공의 의식이 돌아왔다. 바로 병원에 데리고 갔다. 병원에 가면서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고, 용접공은 용접이 정말 잘 되길래 쉬는 시간에도 계속 용접하다 그렇게 됐다고, 미안하다고 했다. 그가 미안해 할 일이 아니었다. 안전관리자인 내가 미리 파악하고 강제로라도 쉬도록 하지 못한 책임이 더 컸기 때문이다.

당시 현장 온도는 32도였다. 여름철 날씨를 생각한다면 평균적인 더위였지만, 실내공간이라 바람이 통하지 않았다. 또한 현장 특성상 긴 옷 외엔 입을 수 없었다. 체감 더위는 이보다 더 할 수 밖에 없었다. 더구나 용접사는 고열을 다룬다. 화상과 열상을 방지하기 위해 다른 직종보다 덥게 입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엔 2년 차라 잘 몰랐다. 당시 고용노동부 폭염 가이드라인은 실외 온도 34도 이상, 폭염주의보일때만 작업을 제한했다. 실내 32도면 온열질환자가 발생하지 않을 거라 판단했다. 식염포도당제를 지급하고, 현장에 얼음물을 비치하고, 쉬는 시간만 잘 준수하면 된다고 여겼다. 오판이었다.

이 사건 이후 작업자들에게 몸은 괜찮은지, 덥지는 않은지, 현장 상황에 맞는 대응이 어떤 게 있을지 물어보고 있다. 그 덕에 아이스 조끼를 지급하고 있다. 그 덕분에 그때보다 더위를 호소하는 작업자는 줄어들었다.

올해 5월20일부터 9월9일까지 노동자 122명이 실내 작업장에서 온열질환으로 쓰러졌다. 전체 질환자인 1천516명에 비하면 적은 숫자다. 하지만 실내공간 온열질환자는 어떤 면에선 실외 작업자보다 취약할 수 있다. 실외공간에 비해 바람이 통하지 않거나, 설비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 때문이다. 작업과 직종의 특성으로 통풍이 어려운 옷을 입으면 더욱 심해진다. 실내공간이나 실외공간이나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실내 작업자들의 온열질환은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시기,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에어컨 설치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기도 했다. 온열질환으로 3명의 노동자가 쓰러졌기 때문이다. 노조측은 새벽시간에도 31도가 넘는 공간에서 작업을 수행한다며, 쿠팡측의 온열질환 대응을 비판했다. 물론 쿠팡 사측은 “문제가 없고 민주노총이 거짓 주장을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물론 쿠팡측의 예방 대책은 노동부의 실외 작업장 예방 가이드라인을 소급적용했고, 해당 기준을 준수하는 편이었다. 에어컨이 설치된 휴게공간을 설치했고, 얼음물과 아이스크림을 현장에 배치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노동조합은 휴게시간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못하고 있으며, 휴게시설도 노동자들의 수요를 감당하기엔 부족하다고 재반박했다. 사측이 제공하고 있는 온열질환 예방 조치들이 현장에 와닿지 않는단 이야기다.

고객에게 빨리 상품을 전달해야 하는 물류산업의 특성상, 노동강도는 높을 수밖에 없다. 당연히 가이드를 만들어 대응하고 있다 한들, 현장의 피드백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빛 좋은 개살구’다.

이달 10일부터 휴식과 관련해 개정된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안전보건규칙) 566조가 시행됐다. 그간 이 조항은 옥외 시설만 다뤘다. 옥외 시설과 유사한 환경인 실내 시설은 다루지 않았다. 당연히 물류센터는 사각지대였다. 하지만 법이 개정되면서 실내 시설도 온열질환을 야기한다면 적절한 대응을 하도록 주문하고 있다. 이제 쿠팡 사측이 노동자들과 중지를 모아야 한다. 현장에 맞는 온열질환 대책을 고민할 때다.

안전관리 노동자 (heine0306@gmail.com)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