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기환 대전청년유니온 사무국장

‘노잼 도시’ ‘공공기관의 도시’ ‘공무원의 도시’

대전광역시를 말할 때 따라붙는 수식어다. 1990년 국토의 균형발전과 균등한 지역발전을 목표로 중앙행정기관의 지방 이전이 결정되고 1997년 정부대전청사로 통계청·조달청 등 각종 행정기관이 이전했다. 그 뒤 대덕연구단지·청사를 중심으로 공공기관이 타지에서 대전으로 이전해 오거나 설립했다.

올해 대전청년유니온 활동을 시작하며 우리 지역의 노동이슈는 무엇이 있을지 고민했다. 함께 활동을 시작한 동료와 대화한 끝에 ‘바로 곁에 있는 청년노동자들의 이야기부터 들어 보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대전 공공부문 비정규 청년노동자 근무환경 조사라는 주제를 가지고 대전청년내일센터 ‘청년정책 연구 공모사업’에 지원해 선정됐고, 마침내 우리는 45명에 대한 인터뷰를 시작하게 됐다.

인터뷰는 공공기관에 다양한 형태로 종사하는 대전 청년 비정규 노동자 입장에서 겪은 근로환경에 대해 심층면접을 진행하고, 이를 통해 ⓵ 노동과정 및 근로환경 ⓶감정노동 ⓷직장내 괴롭힘 ⓸노동 불안정성에 대한 정성적 자료를 수집 및 분석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

익명을 원하는 당사자의 경우 개별 심층면접 방식으로, 아니라면 집단면접(FGI)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각 질문별로 답변 항목을 정리했다. 이후 인터뷰 내용을 문장 단위로 정리하고 문항별·단어로 요약하는 코딩 과정을 거쳤다. 긍정적 개념과 부정적 개념으로 내용들을 범주화하고, 범주화하지 않은 특이점은 별도로 정리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불합리한 상황에 놓인 청년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상황이 쉽게 해결될 것 같진 않았다. 그 이유를 정리해 봤다.

첫째, 그들에게는 자신을 대변해 주는 조직이 없었다. 공공기관에도 노동조합이 존재하지만 비정규 노동자들에게는 딴 세상 얘기였다. 인터뷰한 대부분의 청년들이 노동조합 가입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심지어 정규직 노동조합의 투쟁으로 정규직 임금이 상승한 만큼 비정규직의 임금이 삭감되는 경우도 있었다.

둘째, 해당 기관에서 지속적인 근무를 희망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 때문에 청년들은 밉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을 느끼고 있었고, 그런 상황을 악용해 일을 떠넘기거나 책임을 전가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자신들을 대변해 주는 노동조합이 부재한 상황에서 청년들이 불합리한 상황에 대해 이의제기를 하기가 매우 어렵다. 공공기관에서 근무한다는 이유로 이들의 불합리함이 잘 조명되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이들도 분명 사각지대에 위치한 노동자다.

‘대전광역시 청년 기본 조례’에 비정규 노동자에 대한 조항이 있다. 조례의 20조3항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시장은 청년 비정규직에 대한 일자리 질 개선을 통해 고용차별을 개선하는 등 비정규직의 권리 구제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보통 비정규직 이슈라고 하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많이 떠올리지만 위의 조항처럼 ‘비정규직의 권리 구제를 위한 노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떨어진다.

연구를 진행하는 데 있어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만난 청년들의 이야기를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이제는 조례에도 명시돼 있는 청년들의 삶에 대한 실질적인 연구와 함께 그들의 권리 구제를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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