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현기 공인노무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어떻게 하다 보니 직장내 괴롭힘과 관련된 사건을 두 개 진행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직장내 괴롭힘 피해자를 대리해 사용자의 객관적 조사 실시와 이후 적절한 조치를 촉구하는 고용노동청 진정 사건이다.

해당 사건에서 사용자는 피해자의 신고에도, 일반적인 직장질서 문란 사건으로만 처리했다. 가해자에 대한 징계 역시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단순 취업규칙 위반으로만 결정됐다. 그에 따라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 같은 후속 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가해자의 2차 가해로까지 이어졌다.

이렇듯 문제가 많은 상황이어서 사건 자체는 수월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괴롭힘 사실에 대한 피해자 진술이 매번 조금씩 바뀌었다. 사건 진행을 위한 상담에서 했던 이야기와 실제 근로감독관 앞에서 하는 이야기가 달라 진땀을 빼기도 했고, 이후 사업장 내에서 이뤄지고 있는 재조사 과정에서 작성한 진술서 내용은 이전과 또 달라졌다. 큰 틀에서 보면 비슷하더라도 사건을 대리하는 대리인 입장에서는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차이였다.

그렇다고 해서 피해자를 탓하고자 함은 아니다. 사건 발생 즉시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흐른 결과 피해자의 기억이 정확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직장내 괴롭힘에 초점을 맞춘 재조사를 지시하는 내용의 행정지도가 이뤄진다고 해서 제대로 된 재조사가 가능할지 의문이 들었고, 무엇보다 사용자의 의도적인 조사 누락 내지는 늦장 조사를 곧바로 시정할 수 없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또 다른 사건은 직장내 괴롭힘 가해자의 부당전보 구제신청 사건이다. 가해자의 직장내 괴롭힘 행위나 그로 인한 징계를 다투는 것이 아니라, 징계 이후 이뤄진 피해자와 분리 목적의 인사발령이 정당한지를 다투는 사건이다. 직장내 괴롭힘 가해자라는 편견으로 인해 처음에는 사건 수임을 완곡하게 거절했지만, 당사자의 생활상 불이익이 상당하다는 점 자체는 문제가 있어 보여 수임하게 된 사건이다.

해당 사건에서 당사자는 본인의 직장내 괴롭힘 행위를 인정하고, 견책 징계에 대해서는 사업장 내 재심 과정에서도 별도로 다투지 않았다. 징계 이후 예상되는 분리 조치에 관해서만 현재의 업무와 근로형태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만 했다. 하지만 회사는 단순히 직장내 괴롭힘 피해자와의 분리가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담당하는 업무와 근무형태 모두를 변경해 평균임금 기준 40% 정도의 급여가 삭감됐다.

근로기준법 76조의3 5항은 명시적으로 가해자의 근무 장소 변경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대리인 입장에서도 해당 인사발령의 업무상 필요성을 부정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그와 같은 업무상 필요성에 동의한다고 해도 한순간에 급여의 40%가 삭감되는 인사발령이 적절해 보이지는 않았다. 직장내 괴롭힘 가해자라는 이유만으로 과도한 불이익을 당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됐고, 이에 더해 피해자와의 분리라는 업무상 필요성과 가해자가 입게 되는 생활상 불이익 사이의 경중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지도 함께 고민됐다.

두 사건 모두 고용노동청과 지방노동위원회의 구체적 판단이 나오지는 않았다. 다만 사건의 결과와 관계없이 진행 과정에서 여전한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의 한계를 느끼게 됐다. 2019년 7월16일 시행된 개정 근로기준법을 통해 직장내 괴롭힘 금지 조항이 입법됐고, 올해로 시행 3년차를 맞이했다. 지난해 10월 일부 과태료 조항 등이 추가되기도 했지만, 앞에서 살펴본 대로 사용자가 의도적으로 조사하지 않는 경우 즉각적인 시정 조치가 어려운 점 등은 더 개선이 필요한 부분으로 보인다. 나아가 단순히 직장내 괴롭힘 가해자라는 이유만으로 사용자에게 주어진 포괄적 인사권을 남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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