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정점을 찍고 하향세를 그리고 있지만 현재 수준의 높은 물가는 당분간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7일 오전 이 같은 물가전망을 담은 고인플레이션 지속가능성 점검 BOK(한국은행) 이슈노트를 공개했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3.6%에서 6월 6%, 7월 6.3%로 크게 올랐다가 8월 5.7%로 다소 주춤한 상태다. 걷잡을 수 없었던 상승세가 정점을 통과한 것이란 기대가 크다.

앞선 고물가 지속의 배경은 근원물가 상승이다. 근원물가는 일시적 외부 충격에 의해 물가변동이 심한 품목을 제외한 309개 품목의 지수다. 오강현 한은 물가동향팀 차장은 “지난해 이후 근원물가 오름세가 꾸준히 높아진 점에 비춰 볼 때 근원물가가 인플레이션 지속성 확대를 주로 견인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점을 통과한 이후에도 하락세를 지속할지는 알 수 없다. 한은은 급락하기보다 현행 수준이 상당 기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오 차장은 “공급충격 측면에서 보면 원자재 가격이 오르거나 내릴 가능성 모두 열려 있다”며 “국제유가는 완만히 하락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이지만 러시아가 유럽으로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해 유럽 에너지 가격이 오르는 게 변수”라고 설명했다. 식량 역시 우크라이나 수출 재개로 수급 여건이 완화됐지만 이상기후로 곡물 작황이 좋지 않아 여전히 인상 요인이 잠재해 있다.

수요쪽 물가압력도 지속할 전망이다. 수요쪽 물가압력은 쉽게 말해 소비상승이다. 소비가 줄면 물가가 내려가는 효과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소비가 줄지 않아 수요쪽 물가압력이 지속할 전망이다.

이런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한은은 지속해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그러나 앞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어 고금리정책을 지속하는 데 부담이 있다. 경제주체가 물가가 오를 것으로 전망하는 기대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것도 문제다. 송병호 물가연구팀 차장은 “국내 기대인플레이션은 물가목표인 2% 부근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고, 주요 선진국 수준으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런 내용을 종합할 때 5%대의 물가 오름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봤다. 올해 하반기 정점을 지난 후 낮아지는 추세는 이어지겠지만, 원자재가격 반등 가능성과 수요쪽 물가압력 지속으로 물가 오름세는 지속할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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