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아 경제일간지인 ‘비즈니스-스탠다드’ 인터넷판은 사회안전망의 보호를 받는 인디아 국민이 전체 인구의 4분의 1도 안 된다는 제목의 기사를 지난 2일 올렸다. 기사는 최소 1개 이상의 사회안전망 보호를 받는 인구 비율이 100%에 이르는 나라들인 몽골·뉴질랜드·싱가포르·호주를 거론하면서 인디아의 경우 이웃 나라 방글라데시의 28.4%에도 못 미치는 24.4%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사는 국제노동기구(ILO) 아시아태평양지역사무소가 지난달 31일 발행한 <세계 사회보호 보고서 2020-22: 아태지역>을 근거로 작성됐다.

ILO 보고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사회보호망에 접근 가능한 인구의 비율은 44.1%로 세계 평균 46.9%에 못 미친다고 밝혔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에서도 1개 이상의 사회보호망 적용을 받는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동아시아 국가들로 일본(98.0%)·마카오(79.9%)·한국(77.3%)·대만(76.7%)·중국(70.8%) 순이었다. 하지만 동남아시아 국가들로 그 대상을 넓히면 태국 68.0%, 베트남 38.8%, 필리핀 36.7%, 인도네시아 27.8%, 말레이시아 27.3%로 그 비율이 크게 낮아졌다. 6%대를 기록한 미얀마와 캄보디아는 아시아 전체에서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리고 인디아가 속한 남아시아의 경우 1개 이상의 사회보호망을 적용받는 인구 비율의 지역 평균은 22.8%에 그쳤다. 남아시아에서 인디아(24.4%)보다 적용 비율이 높은 나라는 스리랑카(36.4%)와 방글라데시(28.4%)뿐이었다. 네팔(12.1%)과 파키스탄(9.2%)·부탄(8.8%) 등은 인디아에 크게 모자랐다. 남아시아에서 선진국이라 자부하는 인디아가 방글라데시에 뒤졌으니, 인디아 언론이 발끈한 것이다.

ILO는 아시아 지역 안에서 사회보호망 적용 비율이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를 정부 지출의 상이한 수준에서 찾았다. 일본·한국·중국 등 동아시아 나라들의 2020년 사회보호망 지출 평균은 국내총생산(GDP)의 9.0%를 차지한 데 비해,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는 각각 2.6%와 2.3%에 불과했다. 동아시아와 비교해 4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또한 ILO 보고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인구특성별 사회보호망 적용 비율도 소개하고 있다. 연금 등 고령자 지원 비율이 73.5%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은 출산 지원(45.9%), 취약계층 지원(25.3%), 산업재해 지원(24.8%), 장애인 지원(21.6%), 아동 지원(18.0%), 실업자 지원(14.0%) 순이었다.

ILO 보고서는 전통적으로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코로나19 전염병 확산이 비공식경제 종사자에게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각국 정부들이 정책의 우선순위를 소득 보장과 건강서비스 확대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비공식경제 종사자가 많은 아시아 각국 노동시장의 특성을 고려할 때, 공식경제 종사자 중심으로 제도가 짜여질 수밖에 없는 보험료 기반 사회안전망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으며, 비공식경제에서 일하는 취약 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세금 기반의 사회안전망 도입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비공식경제 종사자 문제로 인해 ILO 사회보호망 보고서는 인디아의 이웃 나라인 네팔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졌다. 네팔의 영자신문인 ‘카드만두 포스트’는 지난 1일자 기사에서 네팔 정부의 2018년 경제보고서를 인용하면서 네팔 기업의 절반 이상이 비공식경제라 할 수 있는 미등록 상태로 세금 부과 같은 정부 규제에서 벗어나 있으며, 취업자 322만명 가운데 25%가 넘는 83만여명이 이런 종류의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ILO 보고서에 나온 ‘최소 1개 이상의 사회보호를 적용받는 인구 비율’이란 개념은 유엔의 지속가능개발목표(GSD) 지표 1.3.1에 근거한 것으로 2020년을 기준으로 할 때 전 세계 인구의 46.9%가 여기에 속했다. 지역별로는 유럽과 중앙아시아가 83.9%가 최소 1개 이상의 사회보호를 적용받아 사정이 가장 나았다. 미주 대륙(64.3%), 아시아·태평양(44.1%), 아랍제국(40.0%), 아프리카(17.4%) 순으로 낮았다.

윤효원 객원기자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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