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소영 공인노무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나는 원래 로켓처럼 빠른 배송의 단골이었다. 매일같이 이어지는 야근에 하루 대부분 시간을 사무실에서 보내다 보니 장을 보거나 물건을 살 시간이 없었다. 그럴 때 손가락으로 몇 번 클릭만 하면 바로 다음날 문 앞까지 내가 필요한 물건을 배송해 주는 쇼핑사이트는 너무 매력적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로켓처럼 빠른 배송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로켓처럼 빠른 배송을 내세우는 기업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듯 쿠팡이다. 쿠팡은 국내 고용규모 빅3를 자랑하는 대규모 기업이자, 우리나라 생활물류산업에서 가장 ‘잘나가는’ 핵심 기업이다. 그러나 그 규모와 명성이 무색하게도 쿠팡은 반인권·반노동 행태들로 계속 언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사실 물류센터라는 업종 자체가 특별한 기술이나 마케팅이 필요한 분야는 아니라서, 최대한 적은 비용(input)으로 최대한 많은 노동력을 뽑아내는 것(output)이 수익성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 된다. 그렇다 보니 쿠팡도 물류센터를 운영하면서 노동자에게 최소의 비용을 들여 극강의 효율을 내기 위한 여러 가지 전략을 사용한다. 그런데 이 효율화 전략이 적정수준을 넘어 노동인권과 노동환경을 심각하게 악화시키고 있어 문제인 것이다.

우선 인풋 측면에서, 최소한의 비용을 들여 사람을 쓰고 있다는 점은 임금수준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물류센터 일은 힘들기로 정평이 나 있는데, 거기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쿠팡과 같이 한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이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만을 지급하면, 다른 기업들에서도 자연히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 업계의 표준으로 굳어지는 것도 문제다.

나아가 최소한의 비용으로 사람을 쓰고 있음이 여실히 느껴진 또 다른 부분은 물류센터 내에 에어컨 등의 냉난방 설비가 없다는 점이었다(물론 관리자 사무실에는 에어컨이 있다!). 냉난방 시설이 없으면 노동자들은 더위나 추위에 그대로 노출되고, 이는 건강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업무상 질병이나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여름과 겨울이 얼마나 극단적인지 생각해 보면, 쿠팡물류센터 노동자들은 물류센터에서 매 겨울과 여름마다 목숨을 걸고 일한 셈이었다. 노조가 조직된 이후 냉난방 미비에 대한 문제제기가 계속되자 쿠팡물류센터측이 내놓은 해법은 더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여름철에 냉방기를 설치하겠다는 대답이 아니라 ‘얼음물’을 제공하겠다는 것이었다(무제한 제공이라며 홍보까지 하고 나섰다). 나는 그 말을 듣고 턱이 빠질 뻔했는데, 현장에서는 노동조합 덕분에 얼음물이라도 제공된다며 기뻐하는 분위기라는 말을 듣고 참담한 심정이 들었다.

이렇게 비용을 최소한으로 들였다면, 이제 효율을 최대한으로 뽑아낼 차례다. 최대한의 출력으로 노동력을 사용하기 위해 쿠팡물류센터는 노동자를 ‘과도하게 통제’하는 방식을 택했다. 특히 쿠팡은 노동자들을 직접 대하는 현장관리자들에게 과도한 권한을 부여해 통제를 위임했다. ‘캡틴’ 등으로 불리는 현장관리자들은 현장 내에서 가진 무소불위의 권력을 기반으로 노동자들을 통제한다. 가령 일하는 속도가 느려지면 해당 근로자를 찾아가 꾸중을 하거나 속도를 올리도록 닦달한다. 최근에는 노동조합과 시민사회의 문제제기로 많이 사라지기는 했으나, 얼마 전까지는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 통제했다. 관리자는 그 존재 자체로 노동자에게 어마어마한 압박이고, 노동자들은 관리자에게 지적받지 않기 위해 스스로 높은 노동강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관리자의 과도한 권한은 쿠팡물류센터를 직장내 괴롭힘에 매우 취약한 구조로 만들기도 했다. 관리자들이 가진 강력한 권한 때문에, 이들이 도를 넘는 언행을 하더라도 제지할 용기를 가진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참다못해 회사에 신고해도, 조사나 조치가 부실하게 이뤄지는 편이라 괴롭힘 문제 해결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럴수록 관리자들의 도를 넘는 언행은 더욱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고 만연해진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쿠팡물류센터에서는 수면 위로 드러난 괴롭힘 사건도 물론 많지만, 수면 밑에서 노조를 통해 접수되는 괴롭힘 호소가 더 많아서 그야말로 상상 이상으로 많은 직장내 괴롭힘이 발생하고 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왜 내가 로켓 그림이 그려진 상자의 포장을 더 이상 뜯지 않게 됐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빠른 배송의 편의를 누리는 것이 누군가의 착취에 기여하고, 또 다른 누군가를 지옥 같은 노동환경으로 내모는 일임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올여름, 뉴스에는 쿠팡물류센터의 노동환경을 고발하는 기사가 많이 나왔다. 노동조합의 농성과 행진도 이슈였다. 이를 통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쿠팡의 노동환경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개선되는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쿠팡물류센터 노동인권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질 것이다.

내 소비가 누군가를 착취하는 것이라면 차라리 그 소비를 하지 않는 것이 요즘 세대의 방식이다. 쿠팡이 바뀌지 않는다면, 바뀌는 것은 소비자들의 구매처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니 쿠팡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하나뿐이다. 노동조합과의 대화에 진지하게 임하는 것, 그에 따라 물류센터 노동환경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다. 이 점을 꼭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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