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진희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위원

국내 사업체를 전수조사하는 통계청 전국사업체조사에 의하면 1인 자영자를 제외한 우리나라 사업장수는 249만개다. 그중 5명 미만 사업장은 170만개로, 우리나라 사업장 중 무려 68.3%를 차지하고 있다.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수는 430만명으로,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 가장 비중이 높다. 이처럼 5명 미만 사업장은 우리나라 고용의 22.9%를 담당하며 노동시장을 지탱하는 매우 중요한 사업장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여성노동자 중 25.9%에 해당하는 214만명의 노동자가 5명 미만 사업장에 종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물론 어떤 자료를 사용했는지에 따라 수치는 다르지만 5명 미만 사업장은 우리나라에서 절대적 형태이자 고용의 가장 많은 부분을 담당하며 노동시장 내 핵심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현행 근로기준법은 11조1항에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만 적용됨을 명시함에 따라 5명 미만 사업장은 최소한의 근로조건 기준을 정하는 근기법의 다수 조항에서 배제되고 있는 현실이다.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사용자에 의한 자유로운 해고가 가능하고, 부당해고 구제신청이 불가하다. 또한 법정 근로시간과 주 12시간 연장근로 한도에서 제외돼 장시간 노동에 노출됨에도 가산임금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뿐만 아니라 연차유급휴가가 부여되지 않아 일·생활이 불균형에 직면하고, 직장내 괴롭힘에도 무방비이다. 이처럼 5명 미만 사업장이 근기법 사각지대에 놓임에 따라 조항별 조사통계를 통해 설명하지 않더라도 5명 미만 사업장 여성노동자가 얼마나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해 있는지 유추가 가능하다.

근기법에 적용되는 조항은 제대로 준수되고 있는지 따져 보면 그렇지도 않다. 단적으로 계약에 관한 사항을 보면 5명 미만 사업장은 근기법 17조(근로조건의 명시), 48조(임금대장 및 임금명세서)를 적용받기 때문에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근로계약서를 교부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에서 수행한 5명 미만 사업장 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5명 미만 사업장 여성노동자 중 사업주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계약서를 받은 비중은 29.8%에 불과하다. 무려 47.4%는 구두계약 형태로 근로계약을 맺고 있으며 14.9%는 근로계약조차 맺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향후 사용자와 분쟁이 발생할 경우 입증 가능한 문서가 없으므로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임금명세서 역시 교부받는 비중이 46.5%에 그친다. 이처럼 5명 미만 사업장의 여성노동자는 노동의 대가조차 확인할 수 없는, 기본적인 알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에 놓여 있다.

5명 미만 사업장 여성의 근로계약이나 임금명세서 교부 여부를 차치하더라도 우리가 생계를 이어 나갈 때 가장 중요한 임금은 심각한 수준이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8월 부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5명 미만 사업장 여성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134만8천원 수준이다. 이는 300명 이상 사업장 남성노동자 월평균 임금 464만5천원의 29.0% 수준이며, 300명 이상 사업장 여성노동자 월평균 임금 319만4천원의 42.2%에 그친다. 무엇보다 5명 미만 사업장 남성노동자의 월평균 임금 204만원의 64.3%에 머물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5명 미만 사업장은 최저임금법을 적용받음에 따라 최저임금이 보장돼야 하는데도 그러지 못하는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남성노동자는 20.7%, 여성노동자는 이보다 11.6%포인트 높은 32.3%다. 5명 미만 사업장 여성노동자 10명 중 3명이 법 위반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다. 300명 이상 사업장의 최저임금 미만 비중이 3.6%, 5~9명 이하 사업장은 19.1%인 점을 감안해 보면 5명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여성이 얼마나 법의 사각지대에 노출돼 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장시간 노동에도 가산임금을 적용받지 못하다 보니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명백히 드러난다. 또한 5명 미만 사업장 여성 10명 중 1명은 임금체불을 경험하고 있으며 임금체불에 대응하는 방법도 딱히 없는 것으로 조사된다.

이처럼 열악한 사업장에 유입된 주된 경로는 집과 가까워서, 내지는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서로 나타났다. 쉽게 말해 5명 미만 사업장 여성은 가사·돌봄노동의 부담과 양질의 일자리로 가지 못해 법의 사각지대로 밀려난 취약계층이다. 그런데 현행 근기법은 마치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게 낙인을 찍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5명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것이 죄인가? 지금의 현실은 지극히 비정상적이다. 상시근로자수라는 획일적 기준에 따라 차별을 두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이제는 5명 미만 사업장에도 근기법을 전면 적용하고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도 법·제도적으로 보호해야 함이 마땅하다. 그리고 근기법 위반 사업장을 불시감독할 수 있도록 근로감독관 권한 조정도 필요하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위원 (jhjang8373@inoch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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