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은행 노동자들이 강석훈 산은 회장 집무실 앞에서 연좌농성을 시작했다.

5일 <매일노동뉴스> 취재 결과 금융노조 한국산업은행지부(위원장 조윤승)는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산은 본점 8층 회장 집무실 앞에서 연좌농성에 돌입했다. 최근 강석훈 회장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진 ‘본사 직원 500명 부산지점 발령안’에 항의하는 의미다.

조윤승 위원장은 “지난 2일 강 회장이 대통령실에 보고한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며 “우려했던 ‘꼼수 이전’ 시도”라고 비판했다. 조 위원장은 “500명 이전이 말처럼 간단한 게 아니다”며 “업무를 보기도 어려운 환경이고, 하루아침에 부산으로 옮겨 가는 직원들 주거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셈이냐”고 비판했다.

현재 산은 본점에서 근무하는 인원은 1천700여명이다. 강 회장은 이들 가운데 500여명을 9월 말까지 부산으로 인사발령하는 방안을 대통령실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부산에서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강 회장을 직접 지목하며 산은 부산 이전을 독려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줄곧 산은을 부산으로 이전해 국토균형발전을 이루겠다고 공언해 왔다.

그러나 산은은 정부 의사에 따라 본점을 이전할 수 있는 기관이 아니다. 한국산업은행법은 4조에 “한국산업은행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정했다. 본점을 옮기려면 법을 바꿔야 한다.

게다가 노동자들은 산은을 부산으로 이전하면 조달기능이 어려움에 처한다고 강조했다. 산은은 높은 신용도를 바탕으로 시중은행에 산업금융채권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정책자금을 마련한다. 만약 산은이 주요 자금조달처인 시중은행이 몰려 있는 서울에서 이탈하면 이런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윤 대통령과 강 회장이 산은을 쪼개 부산으로 이전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산은의 시중자금 조달기능 같은 일부 기능은 서울에 남기고 나머지 기능을 옮기는 방식이다. 노동자들은 이런 시도는 법률 취지를 우회하는 것으로 꼼수 이전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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