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자리에서 똑같은 말을 하느라 사람들이 오늘 또 비를 맞는다. 2009년 무더웠던 여름, 그렇게 기다리던 비 대신 하늘에선 숨쉬기도 어려운 2급 발암물질 20만톤이 쏟아져 내렸다. 경찰특공대 진압봉과 대테러 무기 테이저건이 그들 땀에 전 몸뚱이와 얼굴을 향했다. 상처를 남겼다. 수십억원의 손해배상 청구가 날아들었다. 지금껏 멍에로 남았다. 경찰이 사과했고, 손배소 취하를 촉구하는 국회 결의안이 통과했지만 달라진 게 없었다. 살아남은 사람들이 조금 더 늙은 모습으로 또 한 번 경찰청 앞에 섰다. 소 취하를 호소했다. 13년, 하루하루가 형벌처럼 느껴졌다던 그는 종이에 적은 입장을 읽었다. 새로운 것도 없는 내용이었고 말투가 차분했는데, 말끝에 눈이 붉었다. 그렁그렁, 눈에 고인 물이 깊었다. 고통을 전시하려는 게 아니라고 오래도록 그들 곁을 지킨 사람이 재차 말했는데, 별수도 없이 버릇처럼 카메라 셔터가 바빴다. 뒤편 경찰청 담벼락에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그 앞 비옷 차림 사람들이 먼 데 보고 꼼짝 않고 섰다. 13년 전 일에 발이 묶여 나아가질 못하고 있다. 하루하루가 총성 없는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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