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진상조사 8년 평가 토론회’가 국회도서관에서 지난 2일 오전에 열렸다. <정소희 기자>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지난 1일 가습기살균제참사 종합보고서와 4·16세월호참사 종합보고서를 포함해 총 7권의 보고서와 1권의 특조위 운영백서를 발간했다.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사회적참사진상규명법)에 따라 지난 6월 특조위 임기를 마친 뒤 국회와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종합보고서다.

이번 보고서에는 수년간 다양한 가설을 바탕으로 제기된 세월호 침몰 원인과 정부가 희생자들을 구조하지 못했던 원인에 대한 분석, 이와 같은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한 특조위의 권고안이 담겼다.

세월호 어떻게 침몰했나, 외력설 사실상 기각
“증개축, 평형수 배출, 과적에 복원성 낮아져”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에 이어 세 번째로 출범한 국가재난 조사기구인 특조위는 세월호 침몰 원인을 어떻게 규정했을까. 선체조사위는 침몰 원인을 합의하지 못하고 ‘내인설’과 외력에 의한 가능성을 포함한 ‘열린안’으로 나뉜 2개의 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번 특조위 보고서 요약문에는 “특조위 조사 결과가 외력 충돌 외의 다른 가능성을 배제할 정도에 이르지 못했으며 외력이 침몰의 원인인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최종 결론에 이르렀다”고 명시돼 있어 두 가지 결론을 채택한 선체조사위의 결론과 흡사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보고서의 상당 부분은 선박 증개축·과적으로 인한 낮은 복원성, 즉 내인설에 기초해 침몰 원인을 서술하고 있어 소위 ‘외력설’은 사실상 기각된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외력을 추정하는 것은 비과학적이고 비공학적이며”라고 밝힌 대한조선학회 견해와 선체 모형시험을 통해 “과도한 횡경사가 외력의 작용을 도입할 필요 없이 내적 요인에 의해 충분히 설명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네덜란드 해양연구소 마린의 최종 보고서를 상당 부분 인용했다.

지난 2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세월호 진상조사 8년 평가 토론회: 세월호 최종보고서 무엇을 담았는가’ 토론회에서도 대한조선학회 해양안전위원장인 정준모 인하대 교수(조선공학)는 외력설을 기각했다.

정 교수는 “외력설은 아주 간단한 논리에 의해서도 기각될 수 있다”며 “세월호가 침몰한 해역은 강한 조류가 발생하는 지역으로 잠수함은 조종성을 유지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잠수함이 잠항했을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고 설명했다.

특조위 한계도 지적돼

특조위의 마지막 활동인 최종보고서 발간과 동시에 특조위 활동 평가도 이뤄졌다. 구조적 원인 규명보다 법적으로 국가 책임을 물으려는 시도가 계속되면서 사회적 의혹이 커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다수 시민이 “세월호 진상규명은 아직”이라고 합의되지 못한 결론을 내리는 이유다.

지난 2일 열린 토론회에서 박상은 전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 조사관은 “이번 특조위는 이전 특별조사위와 선체조사위에서 나타난 문제들이 반복됐다”며 “위원들의 편중된 전문성, 세월호 참사의 구조적 원인이 조사 설계 과정부터 배제된 점, 외력설 입증에 사로잡힌 점들이 그러하다”고 지적했다.

박 전 조사관은 “재난조사위원회가 책임자를 지목하고 처벌하는 조사에 매달리지 않고 세월호 특별법 제정운동 과정에서 제출된 요구 중 사회구조적 원인 규명의 요구를 자신의 고유한 임무로 생각했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며 “누가 잘못했는지가 아니라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로 질문을 전환해 (사회) 공통의 서사를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참사와 피해자 사찰에 대한 사과’ 권고

특조위는 보고서를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말로 마무리하며 권고안을 꺼냈다. 권고안에는 △세월호 참사와 피해자 사찰 등에 대해 국가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적으로 사과할 것 △(가칭)중대재난조사위원회를 설립할 것 등의 내용이 들어갔다. 최종보고서의 부속서인 특조위 안전사회 소위원회 보고서와 지원 소위원회 보고서에도 재난 대응 체계와 피해자 지원 제도에 대한 제언이 담겼다. 각 국가기관에 참사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사회적참사진상규명법에 따라 권고를 받은 국가기관 등은 권고를 이행해야 한다.

단원고 고 장준형군의 아버지이자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전 운영위원장인 장훈 4·16 안전사회연구소장은 “지난 8년의 경험을 토대로 깨닫게 된 가장 중요한 교훈은 대형 재난 참사를 조사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상시적 기구의 필요성”이라며 “특조위가 제시한 권고안들이 빠짐없이 이행돼 참사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안전사회가 건설돼야 유가족들은 미뤄 둔 애도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 소장은 “국회의장이 권고 이행관리 계획을 수립해 이행 여부를 충실히 점검해 줄 것을 요구한다”며 “독립적인 상설 재난원인조사기구 설립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보고서 전문은 특조위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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