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이 점포를 줄이는 대신 다양한 형태로 개설하고 있는 이른바 혁신점포에 대해 고객들은 제한적 업무로 인한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노조 금융경제연구소는 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은행 혁신점포 및 메타버스 운영 실태와 은행업에 미치는 영향’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국내 은행은 모바일뱅킹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점포를 잇따라 폐쇄하고 혁신점포를 개설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5월30일 현재 영업점 현황을 보면 2015년 7천278곳에서 지난해 6천98곳으로 대폭 줄었다. 2020년 국내 은행 영업점은 2019년과 비교해 303곳 줄었고, 이후에도 매년 300곳가량 감소하고 있다.

반면 모바일뱅킹 서비스 성장세는 가파르다. 3월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모바일뱅킹 등록 고객은 1억5천337만명으로 2020년 대비 13.5% 늘었다. 이용건수는 2017년 492만건에서 2021년 1천436만건으로 3배가량 늘었다. 이용금액도 같은 기간 4조518억원에서 12조8천575억원으로 증가했다.

은행은 모바일뱅킹 전환에 대비하면서 혁신점포를 개설하고 있다. 은행 간 공동점포를 포함해 △디지털 혁신점포 △숍인숍 점포 △문화공간 특화점포 △영업시간 특화점포 등이다.

그러나 고객들은 크게 만족하지는 않는 모습이다. 연구진이 20대·30대·40대·50대 혁신점포 이용자를 2명씩 심층좌담방식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혁신점포에 대해 일부 이용자는 “낯선 곳에 가는 두려움”을 호소했다. 한 조사 대상자는 “은행에서는 원하는 업무가 안 될 때 다른 창구로 안내받으면 될 것 같지만 혁신점포에서는 원하는 업무를 마치지 못하고 돌아가야 할 것 같은 불안감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혁신점포를 이용한 경험에 대해서는 “제한적 업무를 이유로 화상상담이 종료됐다”는 의견과 “두 가지 업무를 화상상담 내 1명 상담원이 진행하는 게 불가능해 다시 대기 번호표를 뽑아 다른 상담원을 통해 다음 업무를 진행하는 불편성을 체감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밖에도 혁신점포 이용 불편으로 점포에서는 은행원 재량으로 처리가 가능한 업무임에도 혁신점포에서는 고객이 직접 필요 서류를 구비하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는 점 등을 지적했다. 조사 대상자들은 공통적으로 혁신점포의 우려점으로 고령 금융소비자의 고충을 지목했다.

강다연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디지털 금융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금융소비자들은 여전히 은행 대면채널을 선호하고 신뢰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디지털 화상상담이나 혁신점포가 은행을 대체할 경우 고령 금융소비자가 겪을 고충을 우려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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