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위원회가 론스타에 대해 조건 없는 외환은행지분 매각 명령을 내린 2011년 11월18일 서울 여의도 금융위 앞에서 당시 금융노조 외환은행지부가 규탄 집회를 열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 금융위원회가 론스타에 대해 조건 없는 외환은행지분 매각 명령을 내린 2011년 11월18일 서울 여의도 금융위 앞에서 당시 금융노조 외환은행지부가 규탄 집회를 열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결국 패소했다. 우리 정부가 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약 2천800억원을 배상하게 됐다. 환율 인상과 이자지연금, 소송비용까지 포함하면 약 4천억원의 금액이 국민 세금으로 나갈 것으로 보인다. 분쟁 시작 10년 만의 결과다.

국민혈세로 국부유출에 배상금까지 내야

법무부는 31일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론스타 사건 중재판정부가 우리 정부에 론스타가 청구한 손해배상금의 4.6%인 2억1천650만달러(약 2천800억원, 1달러당 1천300원 기준)를 지급하라고 판정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2011년 12월3일부터 완제일까지 한 달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에 따른 이자를 배상할 것도 명령했다.

나머지 금융·조세 쟁점에 관해서는 우리 정부측 주장대로 중재판정부의 관할이 없거나 국제법 위반이 없음을 확인해 론스타측 주장을 기각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론스타측 청구금액 약 46억8천만달러(약 6조1천억원) 중 약 4.6%에 대해 론스타측이 승소하고, 나머지 약 44억6천만달러(약 5조8천억원)는 우리 정부가 승소했다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가 청구금액 대비 95.4% 승소했다고 표현했다.

론스타는 2012년 11월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46억7천950만달러(약 6조1천억원)의 손해를 봤다며 투자자-국가 국제투자분쟁(ISDS) 제도를 통해 국제중재를 제기한 바 있다. 중재판정부는 이 중 론스타와 하나은행 간 외환은행 매각 가격이 인하될 때까지 승인을 지연한 행위는 투자보장협정상 공정·공평대우의무 위반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소수의견으로 론스타의 외환은행 주가조작으로 인한 유죄판결로 인해 금융당국의 심사가 지연됐으므로 이는 론스타가 자초한 것이며 한국 정부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나왔다. 법무부는 이를 근거로 이번 판정에 불복하고 취소를 신청하겠다는 입장이다.

론스타 책임자들 윤석열 정부 요직 차지

론스타 소송 패소에 대한 당시 금융관료들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 경제라인을 이끌고 있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대표적이다. 추 부총리는 당시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과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외환은행을 매각하는 과정에 관여했다. 김 위원장은 금융위 사무처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추경호 부위원장과 함께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관련 사안을 총괄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론스타 소송을 대리했던 김앤장 고문을 지냈고 ISDS 소송 정부측 증인으로 출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혜·헐값매각을 비판하는 여론이 비등해지던 2006년 검찰이 구성한 특별수사팀에는 검사 시절 한동훈 법무장관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이번 사건의 본질은 무능한 경제관료가 낳은 참사”라며 “윤석열 정부는 다시는 이런 참사가 없도록 반면교사로 삼는 것은 물론이고, 론스타 혈세 낭비 사태에 책임이 있는 경제라인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동영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어떻게 책임지는 사람도, 사과하는 사람도 하나 없냐”며 “추 부총리는 책임 있는 입장을 내놓고 한 총리는 당시 로펌과 증언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계도 반발했다. 금융노조는 논평에서 “당시 그런 결정을 한 관료들과 이를 확인하고도 눈감아 준 검찰, 감독당국 책임자들은 여전히 이 나라 권력의 정점에 서 있다”며 “론스타 책임자 처벌과 진실 규명, 금융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무금융노조는 “론스타를 통해 막대한 국부를 유출시킨 것도 모자라 국제소송에 패소해 국민 혈세로 막대한 배상금까지 물게 만든 책임 있는 자들이 아직도 국가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어떤 국민이 이해할 수 있겠냐”며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같은 경제라인 책임론에 대해 “이미 법무부에서 충분히 설명했다”며 “대통령실이 별도의 입장을 낼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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