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일형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산재 경기안산지사장)

소음은 인간에게 불쾌감을 유발하는 동시에 장기간 노출되면 청력 저하와 정신적 문제 등 직접적인 건강상 문제까지 부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소음에 비교적 관대했던 과거의 인식에서 벗어나, 작업장 소음 규제를 마련하고 소음에 의한 피해를 보상하는 등 최근 들어 소음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인식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이에 따라 과거 작업장에서 길게는 수십 년간 원치 않는 고농도의 소음에 장기간 노출돼 청력이 저하된 이른바 소음성 난청 산재신청 건수 역시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2015년 1천46건에서 2020년 8천384건으로 8배 이상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처리 지연 및 판정 결과의 정당성은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돼 왔다.

물론 공단 차원에서 원스톱 장해판정 제도를 도입하고, 그동안 지속적으로 행정소송에서 취소된 처분을 바탕으로 판정원칙을 개선하는 노력이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소음성 난청 처리 과정에서 여러 가지 불합리가 존재하고 있다.

첫 번째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통상 소음성 난청으로 산재신청을 한 경우 질병에 대한 의학적 판단을 위해 3~4회 특별진찰을 거치게 된다. 특별진찰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시행령에 따라 근로복지공단 병원·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에서 실시한다. 그러나 이 중 실질적으로 소음성 난청에 대한 특별진찰을 운영하는 의료기관은 제한적이어서 특별진찰을 위해서 적게는 한두 달, 길게는 1년 이상 대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강원도 등 일부 지방에 거주하는 재해자의 경우 지역 내에서 특별진찰을 받기 위해 최대 1년을 대기해야 하기 때문에 비교적 대기기간이 짧은 서울·경기권 의료기관에서 특별진찰을 받기 위해 3~4회 왕복하는 상황이다.

공단은 소음성 난청 신청 건수가 너무 많아서 어쩔 수 없이 대기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러한 상황이 어림잡아 1~2년 지속된 상황에서 공단은 해결책을 내놓아야 하는 시점이 됐다고 생각한다.

현재 근로복지공단 병원에서조차 일부 병원에서만 소음성 난청 특별진찰을 운영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 병원을 비롯해 각급 의료기관으로 소음성 난청 특별진찰을 확대해 재해자가 장기간 대기해야 하는 불합리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두 번째로 소음성 난청 판정 결과에 대한 문제점이다. 근로복지공단은 소음성 난청 관련 지침을 여러 차례 개정하면서 노인성 난청, 심도 난청(농), 편측성 난청 등에 대해서 소음성 난청 인정기준을 충족하고 다른 원인에 의한 난청이 명백하지 않으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도록 정했다.

이러한 지침 개정에도 정작 판단은 이 지침을 기초로 하고 있지 않다. 예를 들어 청력이 한 쪽만 저하된 편측성 난청의 경우 청력이 저하될 만한 중이염 등 다른 원인이 확인되지 않음에도 돌발성 난청으로 인한 청력 저하로 추정된다며 불승인했다.

공단이 스스로 설정한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 불합리한 처분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위와 같은 공단의 불승인 처분을 행정소송을 통해 다투게 되면 결국 처분이 취소돼 소음성 난청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될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결국 재해자 개인적으로는 소음성 난청을 인정받기 위해 큰 시간과 비용을 감내하게 되고, 나아가 사회적으로도 큰 비용을 치르게 된다.

산재보험법은 산재보상을 신속·공정하게 보상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소음성 난청 재해자는 너무나 긴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이 법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다시 한 번 절차를 개선해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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