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이 25일 국회 앞에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투쟁 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8일째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매년 수조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세 개 기업이 각기 다른 이유로 노조·노동자들에게 총 555억9천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노동자 개인에 대한 소송을 금지하고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는 노조활동 범위를 넓힌 ‘노란봉투법’에 대한 사회적 논의에 불씨가 다시 지펴지고 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25일 오후 경남도청 앞에서 대우조선해양 손해배상 소송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달 22일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파업은 51일 만에 하청 노사 합의로 종료됐다. 이번 파업으로 조선업 호황에도 개선되지 않는 하청노동자의 저임금 노동에 사회적 관심이 모아졌다. 그런데 대우조선해양이 최근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를 상대로 5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를 예고하면서 갈등이 끝나지 않는 모양새다.

지위가 취약한 노동자들을 상대로 하는 손해배상 청구는 특수고용 노동자인 하이트진로 노동자들에게도 제기됐다. 하이트진로는 12명의 노동자에게 28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단체 ‘손잡고(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에 따르면 이날 하이트진로가 손해배상 범위를 넓혀 추가로 14명의 노동자에게 27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하이트진로는 이로써 파업에 참가한 26명의 조합원에게 55억원의 소송을 제기했다. 손잡고는 이날 성명을 내고 “파업에 참가한 개별 노동자들을 겨냥한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는 단결권을 깨는 가장 악랄한 도구”라며 “2017년 유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위원회는 파업권을 행사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 ‘파업참가자에 대한 보복조치’라고 규정했다”고 밝혔다.

손해배상 청구가 ‘노조탄압’ 수단으로 쓰이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산업안전보건법이 보장하는 노동자의 작업중지권을 제한할 때도 쓰인다. 손잡고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지난달 사고 발생 위험이 있는 설비의 가동을 중단한 노조를 업무방해로 경찰에 고소했을 뿐 아니라 지난 24일 노동자 3명에게 9천여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는 지난 6월 트럭 타이어를 만드는 LTR성형기의 안전방호조치가 정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해 설비를 비상정지한 바 있다. 회사는 지난달 노조가 설비를 중지해 3억원가량의 손해를 봤다며 지회장을 폭력행위 처벌에 관한 법률(폭력행위처벌법) 위반 혐의와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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