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특수로 사상 최대 수익을 낸 민간 정유사 4곳의 초과이윤에 세금을 부과해 급등한 에너지 가격으로 피해를 입는 사회적 약자의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른바 ‘횡재세’다.

민주노총과 기후정의동맹은 24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민자 발전사와 정유사 초과이윤 통제 방안을 논의하는 토론회를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한전 포함 공기업은 ‘초과이윤’ 분배

최근 코로나19 회복에 따른 소비증가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전기요금을 결정하는 전력도매가격(SMP)는 지난해 7월 88원에서 올해 7월 152원으로 2배가량 올랐다. SMP 인상은 액화천연가스(LNG) 단가 인상이 가장 큰 영향을 줬다. 같은 기간 톤(t)당 65만2천608원이던 LNG 가격은 지난달 115만8천488원으로 올랐다. 이번 달 들어서는 157만7천136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론적으로 따지면 기준이 되는 LNG 가격보다 낮게 원료를 공급하면 이윤이 커진다. 석탄이나 원자력 같은 단가가 싼 에너지원을 공급하면 수익이 커진다는 얘기다. 그러나 실제 석탄·원자력발전을 담당하는 국내 발전 공기업은 이윤을 내지 못하는 구조다. 이런 방식으로 발생하는 초과이윤을 조정해 한국전력공사와 발전 공기업이 상생할 수 있도록 정산조정계수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어느 한쪽에서 이윤이 발생하면 다른 정산조정계수에 따라 이윤을 나눠 갖는 것이다.

LNG 1기가줄당 공공 2만3천원, 민간 1만8천원

그러나 민자 발전사와 정유사는 정산조정계수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게다가 LNG 직수입 권한을 갖고 있는 민자 정유사 네 곳은 LNG를 한국가스공사보다 싸게 사고 있다. 올해 상반기 가스공사는 1기가줄(GJ)당 2만3천358원을 줬지만 SKE&S는 1만8천629원에 사 왔다. 더 싼값의 LNG를 활용하는 민자 발전사가 발전량을 늘리면 자연스레 수익이 커진다. 어디 나눠 줄 필요 없이 모두 민자 발전사가 가질 수 있다. 게다가 민간 정유사는 LNG 비축량 의무도 없다. 연료 값이 계속 뛰면 발전이나 비축 의무가 없어 발전량을 줄이면 그만이다. 구준모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기획실장은 “LNG 직수입 민자 발전사의 자의적 발전량 입찰로 국내 LNG 수급 차질이 발생하고 가스공사는 비싼 비용으로 현물 물량을 도입해 국가 전체의 에너지 비용이 증가한다”며 “이윤은 사유화하고 비용은 사회화하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실제 올해 상반기 정유사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SK이노베이션 3조9천783억원 △GS칼텍스 3조2천133억원 △에쓰오일 3조539억원 △현대오일뱅크 2조748억원이다. 이 기간 동안 한전은 14조3천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영국 횡재세 도입, 세수는 가정 지원에 지출

외국에서는 이렇게 이례적인 외부환경 변화에 따라 막대한 이윤을 챙기는 기업에 추가 과세를 하는 추세다. 영국은 5월 2025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횡재이윤’을 얻은 석유·가스기업에 25% 추가 과세를 결정했다. 거둔 세수는 가정 지원 패키지에 쓸 계획이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도 초과이윤에 대한 추가 과세를 한다. 우리나라도 아예 손을 놓은 것은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5월 SMP 상한제 도입을 행정예고했다. 민간 발전사에 지불하는 초과이윤 1천641억원을 절감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른 대안도 있다. 구준모 기획실장은 “전력 다소비 대기업의 경부하 시간대(저녁 11시~아침 9시)의 산업용 전기에 대해 원가 이하 단가를 매기는 특혜를 없애고 대기업 전기요금을 인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정유사의 LNG 직수입 제도를 폐지하고 가스공사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민자 발전소를 재공영화하는 방안도 있다.

민간 주도의 재생에너지 산업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한전이 민간 재생에너지 사업자에게 지급한 돈은 11조원에 달한다. 재생에너지 활성화를 위해 에너지 단가를 따로 매기지 않고 SMP를 곧바로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 기획실장은 “재생에너지는 자연에서 주어진 무상자원을 이용하는 것으로 특정 기업이나 개인, 집단이 독점할 수 없음에도 민자사업 모델은 사업자와 금융투자자가 이윤을 독식한다”며 “재생에너지 산업 수익의 공유화 제도를 전국적으로 법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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