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미국, 일본, 한국의 ILO 기본협약 비준 현황(비준일)

중국이 강제노동에 관련된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2개를 모두 비준했다. 지난 12일 중국 정부는 강제노동 협약 29호(1930년 채택)와 강제노동 철폐 협약 105호(1957년 채택)에 대한 비준 기탁서를 ILO에 제출했다. 이로써 중국은 ILO 기본협약 10개 가운데 7개, 전체 협약 190개 가운데 28개를 비준하게 됐다.

1919년 출범한 ILO의 창립 회원국이기도 한 중국이 강제노동 협약 2개를 비준한 데 대해 ILO는 1998년 채택돼 올해 6월 개정된 ‘ILO 일의 기본 원칙과 권리’(ILO Fundamental Principles and Rights at Work)를 존중하고 이를 실현하려는 중국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강제노동 협약 29호는 회원국이 형사상 범죄를 처벌할 목적으로 강제노동 관행을 이용하는 것을 금지한다. 협약 29호를 보완하기 위해 채택된 강제노동 철폐 협약 105호는 정치적 견해와 이념적 의견의 표현을 처벌하기 위한 형사적 수단으로 강제노동을 이용하거나, 정치적 강압이나 훈육 혹은 처벌의 수단으로 강제노동을 악용하는 것을 금지한다. 협약 105호가 말하는 강제노동에는 경제발전을 목적으로 하는 노동력의 이용, 노동 규율, 파업 참가를 이유로 한 처벌, 그리고 각종 차별 행위가 포함된다.

2017년 ILO가 발간한 ‘강제노동과 강제결혼’ 보고서에 따르면 위협이나 강압하에서 일할 것을 강요받는 사람은 전 세계적으로 2천500만명에 이른다. ILO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결과에서 가장 큰 충격을 받고 있는 취약 노동자들이 강제노동 피해자로 쉽사리 전락하는 최근의 사태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지난 4월 열린 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 34차 상무위원회는 ILO 협약 29호와 105호를 비준하기로 결의했다. 17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사실상 중국 최고의 입법기관으로 헌법을 해석하고 법률을 수정할 권한을 갖는다. 매년 1회 2주간 일정으로 열리는 상무위원회 위원 175명 가운데 118명은 중국공산당 당원이고, 47명은 중국민주동맹과 중국민주촉진회를 비롯한 8개 정당에 속해 있으며, 나머지 10명은 무소속이다.

강제노동 관련 기본협약 2개의 비준을 위해 중국 정부는 2007년 고용관계를 공식화하고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조항을 담은 노동계약법을 도입했으며, 같은해 자발적으로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노동자의 권리를 법률로 인정한 취업촉진법을 제정했다. 또한 2013년 “노동을 통한 재교육” 제도를 폐지했으며, 2019년 성노동자에 대한 구금과 강제교육 체제를 철폐하는 조치를 취했다.

중국 최고의 입법기관이자 헌법과 법률에 대한 해석 권한을 가진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가 강제노동 관련 ILO 기본협약 2개의 비준을 완료한 배경에는 서방이 제기해 온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강제노동 문제에 정면으로 대응하려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자리 잡고 있다. 국제 사회가 인정하는 기준을 비준함으로써 강제노동 존재 여부에 대한 시시비비를 공식적으로 가려 보자는 구상인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말로는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rule-based international order)”를 들먹이지만 행동으론 ILO 협약의 비준을 줄기차게 거부하고 있는 미국의 위선을 국제 사회에 폭로하려는 의도도 작용했다.

가이 라이더 ILO 사무총장은 중국 정부의 강제노동 협약 비준에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이 (협약 비준을 통해) 강제노동에 대항함으로써 인간 중심의 발전과 좋은 일자리를 증진할 수 있는 결정적 기회를 맞이했다”고 치켜세웠다. 나아가 중국의 강제노동 협약의 비준 완료를 계기로 ILO 회원국들이 강제노동을 철폐하고 현대적 노예제와 인신매매를 종식시키기 위한 실질적 조치를 즉각 취하자고 호소했다.

윤효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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