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삼성전자 노사가 최근 첫 임금협약을 체결했다. 4개 노조가 공동교섭단을 꾸려 2021년 임금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을 시작한 지 10개월 만, 삼성전자에 첫 노조가 설립된 지 4년 만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20년 5월 대국민 사과를 한 지 2년3개월 만이다.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

“노조설립 4년 만에 임협 체결”

삼성전자에 처음 노조가 설립된 것은 2018년 5월이다. 전국삼성전자사무직노조가 스타트를 끊었고, 이어 삼성전자구미지부노조, 삼성전자노조 동행, 전국삼성전자노조가 생겼다. 전국삼성전자사무직노조와 삼성전자노조 동행이 2018년 9월부터 회사와 2019년 임금·단체협약과 2020년 임금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을 진행했지만 2년 가까이 임금·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2019년 11월 전국삼성전자노조가 설립돼 2020년 6월 회사에 교섭을 요구했지만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해석을 두고 노사 이견이 커 공동교섭단을 꾸리는 데만도 3개월이 걸렸다. 이후 ‘노조활동 보장과 상생’이란 선언적 의미를 담은 단체협약을 지난해 9월 체결했다. 이어 이달 10일 삼성전자 첫 임금협약을 체결했다.

임금협약 체결 자체는 성과지만 아쉬움이 적잖다. 노조의 최초 요구안은 후퇴에 후퇴를 거듭했고, 노사협의회 벽은 끝내 넘지 못했다.

“노사협의회 벽 못 넘어”

노조의 최초 제시안은 △계약연봉 정액 1천만원 인상 △매년 영업이익의 25% 성과급 기준 마련 △포괄임금제 △임금피크제 폐지였다. 직급 간 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정액인상, 성과급 지급기준 투명화가 핵심이다.

교섭 내내 노조탄압·무력화 논란은 계속됐다. 회사는 임금교섭을 시작한 지 한 달만인 지난해 11월 인사제도 개편안 시행을 강행했다. 인사제도 개편안은 관리자의 승진·성과급 지급비율 결정권한을 강화하고 동료평가제 도입이 핵심으로 ‘경쟁 완화’라는 노조의 임금교섭 핵심 요구와 정면 충돌했다. 인사제도 개편안 시행을 비판하는 노조의 사내메일 전송을 차단해 또다시 노조탄압 논란이 일었다.

노조의 요구로 3월18일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사장과 만남이 성사됐지만 교섭 진전을 가져오지는 못했다. 사측은 노사협의회에서 합의된 임금인상률을 고수했고 2021년 임금교섭과 2022년 임금교섭을 같이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노조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집 앞 농성과 기자회견을 통한 문제 공론화에 노력했지만 결국 노사협의회 벽은 넘지 못했다. 노사협의회에서 합의한 임금인상률(2021년 7.5%, 2022년 9%)을 받아들였다.

삼성전자 노조 “복지 확대는 성과,
2023년 임금교섭 서두를 것”

물론 성과도 있다. 회사는 유급휴가 3일을 보장하고, 올해에 한해 사용하지 않은 연차는 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또 명절연휴 기간 출근자에게 지급하는 명절배려금 지급 일수를 하루 늘렸다. 노조는 이 같은 복지 확대 비용을 1천억원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임금피크제와 휴식제도 개선은 TF를 구성해 논의하기로 했다.

2년치 임금협약안을 일시 타결한 배경을 삼성전자 노조쪽은 ‘예년처럼 노사협의회가 임금인상안을 결정하기 전 2023년 임금협약을 회사와 빠르게 논의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노사협의회 벽은 노조가 넘어서야 할 과제로 남았다. 노조 요구안에 사측이 노사협의회에서 결정된 내용을 제시안으로 내놓고 버티면 비공개 조합원이 다수인 탓에 조직 동원력이 낮은 노조는 회사를 압박할 수단이 많지 않다. 공동교섭단이 지난 2월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중지 결정을 받았지만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부치지 않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집 앞 농성을 택한 배경이기도 한다.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공개조합원수 적은 탓 조직력 한계 커”

노사협의회 제도개선뿐 아니라 체크오프 확대를 통한 조직력 강화만이 근본 해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체크오프는 조합원의 조합비를 사용자가 대신 징수한 뒤 노조에 일괄 인도하는 제도다.

이진헌 삼성웰스토리노조 위원장은 “체크오프를 우선 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체크오프에 올인해야 한다고 내부적으로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노조 공동교섭단 중 가장 규모가 큰 전국삼성전자노조 조합원은 6천명을 돌파했지만, 공개된 조합원은 노조간부와 대의원뿐이다. 이진헌 위원장은 “(우리 노조도) 전체 217명 조합원이 있지만, 체크오프를 한 조합원은 44명뿐”이라며 “노조가 집결하면 44명만 나올 수 있다는 건데 그 사람들도 다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금속삼성연대 12개 삼성그룹 계열 노조 중 체크오프를 신청한 공개 조합원이 가장 많은 노조는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노조다. 전체 조합원은 520여명쯤 되는데 이 중 270여명이 공개 조합원이다.

새로운 변화도 있다. 2020년 11월 설립된 삼성에스원참여노조는 체크오프를 의무적으로 시행하며 노조활동 사실을 공개할 의지가 있는 조합원만 받고 있다. 신웅교 삼성에스원참여노조 위원장은 “노동조합이 커 나가려면 조합원이 활동을 드러내지 않고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며 “체크오프를 의무적으로 시행했고 현재 190명 정도가 모였다”고 설명했다.

“노사협의회, 교섭 무력화는 부당노동행위”

노조 교섭을 무력화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노사협의회 제도 개선 필요성도 계속 제기된다.

삼성전자 노조 공동교섭단은 지난 5월 고용노동부에 삼성전자가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로자참여법)을 위반했다며 시정명령을 내려 줄 것을 요청했다. 이달 12일 삼성웰스토리노조와 삼성SDI울산노조, 삼성엔지니어링노조도 “사용자측은 노조를 배제한 채 먼저 노사협의회와 임금협약을 체결하거나 노조와의 교섭석상에서 ‘노사협의회에서 근로자위원과 합의한 임금협약에 어긋나는 단체(임금)협약은 체결할 수 없다’는 황당한 말을 공공연히 한다”며 “이는 명백히 지배·개입 및 단체교섭 해태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서범진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노사협의회 제도 운영에 관한 구체적 방안에 대해 노동부 차원에서 명확하게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는 근로자위원 선출부터 노사 의견이 분분하다. 시행령은 근로자위원 선출시 예외적으로 간접선거를 허용하는데 그 요건은 명확하지 않다 보니, 회사가 유리한 근로자위원을 선출되도록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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