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집중호우로 열악한 주거지에 피해가 잇따르자 정치권에서 반지하 금지를 필두로 대책이 쏟아지고 있는데,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늘리지 않는 이상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참여연대는 11일 “현재 지하·반지하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부담 가능한 수준의 대체주택 공급, 지하·반지하 주택에서 지상의 민간주택으로 이주하는 것이 과도하게 부담이 되는 가구에 주거비 보조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서울시 대책은 공허한 외침”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 10일 지하와 반지하의 ‘주거 목적의 용도’는 전면 불허하도록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있는 반지하는 일몰제를 추진해 없애겠다고 했다.

여야는 한목소리로 반지하 금지에 힘을 실었다. 김형동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서울시 발표가 있던 날 “야당도 비상한 재난 상황 앞에 위기 극복을 위한 국회 차원의 대책이 신속히 마련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주길 간곡히 요청한다”고 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반지하 금지 건축법은 민주당이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여야가 합심해서 추진하겠다”고 화답했다.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오전 국회 비대위 회의에서 추진 의사를 밝혔다.

문제는 반지하에 살던 사람들에 대한 대책이다. 서울시는 기존 세입자들에게 공동임대주택을 제공하는 주거상향 사업을 시행 중이라며 공공임대주택 입주권을 주겠다고 했다. 실제로 서울시는 2020년부터 반지하 거주가구도 주거상향 사업 대상에 포함해 입주자격을 주고 있다. 빈곤사회연대에 따르면 반지하 세입자들은 입주지원 신청은 할 수 있지만 공공임대주택 실제 물량이 늘지 않아 갈 곳이 없는 상황이다.

이미 2012년 건축법 개정으로 반지하 건축은 사실상 금지됐다. 상습적으로 침수되거나 침수가 우려되는 지역에서 지하층을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부적합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이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쳐 허가를 내주지 않을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울시에 따르면 이후에도 저지대 반지하 4만 가구가 신규 공급됐다.

공공임대주택이 충분하게 공급되지 않는 이상 저지대 반지하 주민들이 피해를 입는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참여연대는 “서울시가 이번 대책에서 주거복지예산 확대와 공공주택 공급 확대 계획을 제시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20년에 걸쳐 추진될 20만호 가구 주거 이주 대책이 없다는 것”이라며 “더 많은 공공임대주택 공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SH공사는 재정부담을 이유로 내년부터 매입임대주택 예산 축소를 계획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도 문재인 정부보다 연간 3만호가 줄어든 연 10만호 수준으로 감소된 공공임대주택 공급 대책을 발표했다.

빈곤사회연대는 “주거취약계층은 민간 시장에서 정상적인 주택을 구하기 어려워 비정상적인 거처를 탈출하기 어렵다”며 “취약계층 주거상향과 저소득층 주거비 보조를 위해 주거복지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회에서는 정의당만이 이날 오전 5대 대책을 발표하며 공공임대주택 대폭 확충을 촉구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