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크라상이 서울 서초구 SPC그룹 본사 반경 100미터 이내에서 노동자의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건물 인근에는 ‘SPC그룹이 불법 노조탄압을 중단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라’는 취지의 현수막과 선전물이 다수 걸려 있는데 가처분 신청서에는 이를 철거하지 않으면 1일당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요구도 담겼다.

9일 화섬식품노조와 파리바게뜨지회에 따르면 파리크라상은 지난달 27일 노조와 지회, 임종린 파리바게뜨지회장, 최유경 수석부지회장을 상대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업무방해금지 등 가처분 신청서를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제출일 하루 전인 같은달 26일 황재복 파리크라상 대표이사와 김범호 부사장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강은미 정의당 의원의 중재로 노조와 만나 간담회를 했다.

애초 사측이 노조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었던 셈이다. 가처분 신청서 내용을 보면 “노동조합 만들어 정당한 권리 요구했더니 회유, 협박, 승진차별 괴롭히는 SPC!” “사회적 합의 이행! 불법행위 중단! 휴식권 보장!” “여기 사람이 죽어 간다”고 적힌 유인물을 대중에게 나눠 주거나, 같은 표현이 담긴 현수막·유인물·피켓 등을 사용해 집회·시위를 하는 경우 1회당 100만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금지한 구호는 17개나 된다. 같은 내용이 담긴 현수막·유인물 등을 철거하지 않으면 채무자가 연대해 500만원을 지급하게 했다.

사측은 노조의 주장을 “허위사실이거나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된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지난해 12월 서울서부지법의 방해금지 가처분 결정을 들었다. 서울서부지법은 당시 사회적 합의가 부분 이행된 것으로 보이고, 중간관리자를 이용한 부당노동행위, 민주노총 조합원의 진급 차별을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며 사측의 업무방해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손명호 변호사(법무법인 오월)는 “서울서부지법의 가처분 결정 이후에 수사기관이나 노동위원회에서 부당노동행위와 승진 차별이 인정된다는 판단이 나와서 사측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는 “사회적 합의가 이행됐는지 여부도 법률가·학자가 모여 실제 합의가 이행됐는지 검증 절차 있었고 합의가 이행되지 않은 점이 나왔다”며 “사측이 사실과 다른 내용에 근거해 가처분 신청을 했는데 집회의 자유를 형해화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가처분 신청 심문은 10일 오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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