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효 보건교사회 법제이사(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

보건교육은 자기건강관리 능력을 향상시키고, 건강습관을 형성하도록 하는 학습경험 과정이며 건강증진 사업의 핵심 전략이다. 몇 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텔레그램 대화방을 통한 성착취물 제작 유포 사건(N번방 사건)을 통해 소아·청소년의 디지털 성폭력 피해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었다. 2022년에 이뤄진 17차 청소년건강행태실태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청소년들에서 신체활동 감소로 비만 학생 증가와 스트레스, 우울과 같은 정신건강 문제의 증가 경향이 보인다. 최근 10대를 포함한 MZ세대들에게 유행하는 식욕억제제(일명 나비약) 남용 사건은 많은 10대 청소년들이 극단적인 마른 몸매를 선호하는 비정상적인 신체상을 가지고 있으며, 마약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청소년을 유혹하는 다양한 신종 전자담배들이 출시되고 있고 그 판매량도 증가하고 있다. 청소년의 다양한 건강문제, 만성질환의 증가, 신종 감염병 출연, 미투, 음주운전, 마약 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 저출산·고령사회로의 인구구조 변화 등으로 학교보건교육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더욱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현대사회에서 중요도가 높아진 학교보건교육은 평생 건강의 기초를 형성할 수 있는 초등학교 시기부터 체계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 초등학교는 발달단계에 맞는 보건 교육과정이 없어 체계적인 보건교육에 어려움이 있다. 사회적 요구에 따라 2007 개정 교육과정에 ‘초등학교 5, 6학년에서 재량활동 시간을 활용하여 연간 각각 17시간 이상의 보건교육을 실시한다’고 고시했으나, 2009 개정 교육과정부터 ‘보건교육은 교과(군)와 창의적 체험 활동 시간을 활용하여 체계적인 지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라고 고시했다. 2015 개정 교육과정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수 학년 및 이수 시간에 대한 명시가 빠져 체계적인 보건교육을 위한 여건이 오히려 퇴보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대부분 초등학교에서는 2007년 개정 교육과정의 고시와 같이 17차시 보건교육을 하고 있다. 또한 7대 학교안전교육 영역 중 폭력 예방 신변 보호 교육(성폭력 예방), 약물 및 사이버 중독 예방(약물 오남용 예방), 응급처치교육(상황별 응급처치, 심폐소생술)의 영역에 보건교육의 내용이 포함돼 있어 학교 규모에 따라 5, 6학년 또는 이 중 한 개 학년에서 보건교사가 수업하고 있다. 그러나 초등학교 보건교육은 교육과정이 없어 중학교 내용 체계를 가지고 와서 보건교사의 역량에 따라 실시하고 있고, 교육과정이 없으니 이에 따른 교과서 개발이 어려운 상황이다.

학교보건교육과 관련해 학교보건법 9조2에는 “모든 학교에서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보건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하여야 하고, 이를 위해 실시 시간, 도서, 운영에 관한 사항은 교육부령으로 정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초등학교 보건교육은 교육부령으로 그 운영에 관한 사항을 정하지 않고 있어 법률, 교육부 고시, 현 교육실정 간 일치하지 않는 문제가 있다. 체계적인 보건교육을 위해서는 무엇을 교육하고 무엇을 평가해야 하는지 명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초등학교 발달단계에 맞는 내용 체계와 성취기준을 포함한 초등 보건 교육과정 고시가 필요하다.

학교보건교육의 문제는 초등 보건 교육과정의 부재뿐만 아니라 ‘보건’ 과목을 수업하는 교사의 자격 기준에 있어 법률 간 불일치의 문제도 있다. 보건교사는 법률(학교보건법 9조2), 교육과정(2015 교육과정), 교육부 지침에 의해 초·중·고 모든 학교에서 17차시 보건수업을 하고 있다. 특히 중·고등학교는 보건을 교과(군)로 명시해, 중학교에는 ‘선택’과목으로 고등학교에는 ‘교양’ 과목으로 존재하나 교원자격검정령 시행규칙의 교사 자격증 표시과목에는 ‘보건’ 과목이 없어 보건수업을 하는 교사에 대한 자격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 또한 보건교사들은 수업하고 있으나 법률의 자격요건에서 정교사 자격이 아니므로 수업을 안 하는 비교과 교사로 분류되고 있다. 특성화고에서는 보건교사가 보건간호과목을 수업하고 있으나 표시과목이 없고, 정교사 자격을 부여하지 않는 법률 간 불일치로 인한 수업 무자격 논란으로 학생, 교사, 학교에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특성화고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반 중·고등학교에서도 교원자격검정령 시행규칙에 표시과목이 없는 정교사가 아닌 보건교사가 보건 과목을 수업하고 있어 같은 상황에 부닥쳐 있다.

학교보건교육은 현대사회에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으나, 법률 간 불일치, 법률과 현 교육실정 간의 불일치의 문제가 있는 상태로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운영으로 인해 보건교사는 무자격으로 보건 과목을 수업하고 있는 격이며, 보건수업에 대한 공식적인 수업시수를 인정받지 못하고, 수업의 전문성을 높일 다양한 기회를 얻지 못한다. 이는 보건수업에 대한 열의를 떨어뜨려 보건교육의 부실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 요소다. 이와 같은 비정상적인 보건교육 운영으로 인한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초등 보건 교육과정 고시, 보건 과목을 자격증 표시과목에 포함, 보건교사의 자격을 정교사로 전환하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체계적인 학교보건교육은 아이들의 건강한 미래를 위한 평생 건강의 기초를 다지는 중요한 과정이다. 학교보건교육의 부실을 초래할 수 있는 이런 문제들이 하루빨리 개선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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