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22일 끝난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 노동자 파업을 계기로 ‘손해배상·가압류’가 다시 화두다. 정부가 불법파업에 대한 손배청구 필요성을 주장했기 때문이다. 손배·가압류는 노동자와 노조를 옭아매기 위해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험해 본 노동자들은 잘 알고 있다. 손배·가압류가 노동자들의 숨통을 어떻게 조이는지.<편집자>
 

황미진 금속노조 KEC지회 조합원
▲ 황미진 금속노조 KEC지회 조합원

금속노조 KEC지회는 2010년 노조파괴 범죄를 당했다. 당시 파업으로 30억원의 손해를 배상했다.

자본의 노조파괴 실행계획은 교섭 해태와 파업(장기화) 유도→직장폐쇄→노조 간부 고소·고발, 손해배상과 경제적 압박→조합원 선별복귀와 금속노조 탈퇴→친기업노조 설립이었다. 이유는 반도체를 만드는 것보다 십만 평의 공장 땅을 상업용으로 전환해 백화점과 호텔 등을 짓고 싶었기 때문이다. 공장문을 닫고 수백명의 노동자를 쫓아내야 했다. 저항할 노조를 깨기로 한 것이다.

짜인 각본대로 회사는 어이없는 요구와 트집을 잡아 교섭을 거부했다. 노조는 전면 파업에 돌입했고 회사는 기다렸다는 듯 직장폐쇄를 했다. 용역을 고용해 수십 대의 카메라로 24시간 농성장을 촬영했다. 무차별 고소 고발로 간부들은 징계당했다. 고용노동부는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언론은 우리 투쟁을 두고 귀족노조, 폭도라 낙인찍으며 악의적인 기사를 쏟아냈다.

파업 5개월째에도 회사는 교섭을 거부하며 꿈쩍도 하지 않았다. 월급을 받지 못한 조합원들은 생활고에 시달렸다. 우리는 마지막 방법으로 1공장을 점거했다. 화장실도 없고 먹을 것도 없었다. 무장한 경찰이 공장 안팎을 에워쌌다. 헬기는 1공장 상공을 밤낮없이 날아다녔다. 무력 진압의 공포 속에서 14일을 버텨 우리가 쥔 것은 ‘노사 간 교섭요청이 있을 시 즉시 교섭을 속개한다’ ‘징계, 고소·고발, 손배소는 최소화한다’는 합의서 한 장이었다.

그러나 합의는 지켜지지 않았다. 잔인한 시간이 기다렸다. 지회장부터 간부들은 구속되고 수십명이 징계해고됐다. 공장점거 조합원 98명이 재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회사는 98명을 상대로 손해배상 301억원을 청구했고, 파업 참가 조합원들에게 손해배상으로 협박하며 희망퇴직을 받았다.

6년간 이어진 1심 재판은 피를 말렸다. 일부 조합원들이 못 견디고 퇴사하고 노조를 탈퇴했다. 그들은 손배 대상에서 제외됐다. 판사는 월 150만원 생계비를 빼고 3년 동안 30억원을 갚는 것을 제안했다. 우리는 그 안에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 대법까지 싸워야 했지만 1심이 확정되면 집행은 시작된다. 손배 대상 중 누구의 재산을 압류할지도 회사가 선택한다. 표적이 된 조합원은 참담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퇴사를 무기로 한 회사의 이간책에 노조는 속수무책이 될 수밖에 없다. 말로만 듣던 손배가 바로 내 급여통장에서 집행되는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도대체 우리가 무얼 잘못했단 말인가.

대우조선해양이 하청노동자들에게 수천억원의 손배를 청구하겠다고 한다. 그들의 잘못이 뭐란 말인가. 살기 위해 노동 3권을 행사했을 뿐이다. 사용자는 무슨 짓을 해도 책임을 묻지 않으면서 노조에는 파업이 끝나도 손해배상이라는 칼날을 들이대는 게 과연 합당한가.

자본은 돈을 받기 위해 손배 청구를 하는 것이 아니다. 다시는 파업하지 말라며 짓밟아 길들이기 위해서 한다. 손배로 고통받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노동자들이 많다. 얼마나 더 죽어야 손배가 사라질까. 더는 안 된다. 생명마저 빼앗는 무기가 된 손배를 자본의 손에서 빼앗아야 한다. 바로 지금, 노동자·시민 모두의 힘을 모아 함께 나서자. “손배를 폐지하고 노동 3권을 보장하라!”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