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훈 기자

최근 확성기를 동원한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 집회와 윤석열 대통령 자택 앞 ‘맞불 집회’와 관련해 집회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규제하는 내용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안이 연이어 발의되고 있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용산 대통령실 주변 집회가 잇따르자 ‘대통령 집무공간’을 옥외집회 금지 장소로 지정하는 내용이 담긴 집시법 개정안도 국회에 제출됐다. 참여연대와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4일 오전 국회에서 바람직한 집시법 개정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확성기 이용한 과도한 소음은 폭력, 규제 강화 필요”

이날 토론회에서는 과도한 집회 소음에 대해 법적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성중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집회와 시위에 관한 권리를 보장하면서도 일반 시민의 평온과 휴식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조치하는 게 헌법상 비례원칙에 부합한다”며 “일정 수준 이상의 과도한 소음은 특별히 엄격하게 제한할 필요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특히 확성기 등 기계장치를 통한 소음은 폭력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장희 창원대 교수(법학)는 “정당한 집회에서 집회 소음이 일시적이고 한정적으로 발생할 경우에는 3자도 수인할 의무가 있다”며 “하지만 확성기 같은 음향기구를 이용해 고의적으로 과도한 소음을 유발하는 행위는 폭력 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과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확성기 등의 소음 기준을 법률에 직접 명시하는 내용의 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소음 기준을 법률에 명시했을 때 실익이 분명하지 않다”며 “소음 기준처럼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사항은 하위법령에 위임해 반복적이고 탄력적인 대응 가능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집시법상 거주자의 요청에 의해 집회를 금지 또는 제한할 수 있는 사유에 “확성기 소음으로 타인에게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거나 사생활의 평온을 뚜렷하게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를 추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용산 대통령실 집회 금지 장소 추가, 위헌 가능성 높아”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월10일 옥외집회와 시위 금지 장소에 대통령 집무공간을 추가하는 내용의 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대통령 집무공간 주변에 각종 집회신고가 접수됨에 따라 국가적 중대 사안인 대통령의 안전에 위협이 될 소지가 있는 점 △입법·사법부 수장인 국회의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은 각각 그 저택뿐 아니라 청사인 국회의사당·대법원·헌법재판소 인근 집회가 제한되고 있는 반면 대통령 집무공간은 그렇지 않아 법률 해석상 불균형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는 점을 제안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김선휴 변호사(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는 “대통령 집무공간을 집회 금지 장소에 추가하는 방식은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 절대적·전면적인 집회 금지”라며 “이런 형태의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되기 어렵고, 통과되더라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단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교통소통을 이유로 한 집회 금지통고를 철폐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집시법 12조는 “관할 경찰관서장은 주요 도로에서의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해 교통소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이를 금지하거나 교통질서 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이 조항을 근거로 민주노총 7·2 전국노동자대회를 비롯한 집회를 불허했다.

김 변호사는 “교통소통을 이유로 집회 개최 자체를 원천적으로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교통소통이라는 법익을 일방적으로 집회의 자유에 우선시키고 집회의 자유를 후퇴시키는 것”이라며 “교통소통을 위해 집회의 개최 자체를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부분은 삭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집회를 제한하는 경우에도 △교통소통에 장애를 발생시켜 심각한 교통불편을 줄 우려가 있는 경우 △필요 최소한의 범위 같은 요건을 통해 집회 제한통고가 남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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