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노조 주최로 4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금융회사 지배구조, 어떻게 개선해야 하나’ 토론회. <정기훈 기자>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르는 금융지주회사의 지배권을 견제하기 위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사지배구조법)에 지주사의 권한과 책임을 명시하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우리사주조합을 활용한 노동자의 경영참여 방식으로 경영진을 견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질적 지배력 인정하고 투명성 확보·책임 부과”

이런 주장은 금융노조가 4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을 주제로 개최한 2차 금융노동포럼에서 나왔다. 이날 조혜경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선임연구위원은 “그간 공론화됐던 금융지주회사 지배구조 문제는 지주회사 권한과 책임 불일치에 따른 도덕적 해이로 인한 지주회장의 독단경영 위험이 방치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독단경영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현행 법제의 사각지대에 있는 지주회사와 자회사 간 지배종속 법률 관계를 명확히 규정해 금융그룹 경영지배구조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지주회사는 IMF 외환위기를 거치며 은행의 대형화·겸업화 필요성에 따라 도입됐다. 그러나 도입 이후 지분을 보유하지 않은 지주회장이 내리 4연임하고, 사모펀드 불완전 판매 같은 대형 금융사고를 일으키고도 처벌을 받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내막을 살펴보면 지주회장을 추천하는 사외이사를 지주회장이 선임하는 방식에서 고착화한 지배구조 문제가 컸다. 지주회장이 사외이사를 선출하고, 사외이사가 다시 지주회장을 임원후보로 추천하는 공생관계가 굳혀지면서 이른바 ‘참호’가 파인 것이다. 이 때문에 노조와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이사회를 개혁하고 지주회사 지배구조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하나금융지주 경영진 15명 중 10명 자회사 겸직 ‘한 몸’

실제 지주회사의 경영진은 각 자회사의 주요 임원직을 장악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를 보면 경영진 15명 가운데 10명이 자회사 이사나 임원을 겸하고 있을 정도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지주회사와 은행은 독자적 경영단위가 아니라 경영 단일체이며 겸직 임원 임명권을 가진 지주회장이 은행에 대한 경영권을 간접적으로 행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차라리 금융사지배구조법을 고쳐 지주회사가 자회사에 개입하는 절차와 방식을 양성화하고 이에 따른 책임을 부과하자는 것이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지주회사의 경영관리업무에 대한 포괄적 지시권과 감독권을 인정하고 자회사 경영책임을 명문화해 은행 부실에 대한 지주회사 재무적 지원과 사용자성, 위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사주조합 소수주주권 강화해 지배구조에 균열을”

노조와 우리사주조합의 연대를 통한 지배구조 개선 제안도 나왔다. 김창희 공인노무사는 “금융위원회가 거수기 사외이사가 임원후보추천위의 과반을 차지하도록 법률로 강제해 사실상 지주회장과 사외이사의 참호 구축에 조력하고 있다”며 “우리사주조합원이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해 기업 운영에 개입할 수 있으므로 노조가 우리사주조합의 민주적 운영의 후원자 역할을 감당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분 소유 없이 경영권을 장악한 지주회장과 사외이사에 맞서 자사주를 취득한 우리사주조합과 노조가 연대해 지배구조에 균열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견제를 더욱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우리사주조합 관련 법률 제정도 제안했다. 우리사주조합의 민주적 운영을 보장하고 우리사주조합의 주주권 행사를 보장하는 게 뼈대다. 이와 함께 우리사주 같은 소수주주의 권한을 보장하기 위해 금융사지배구조법을 고쳐 주주위원회를 구성하고, 임원후보추천위 위원 구성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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