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 중이던 간호사가 뇌출혈로 쓰러져 다른 병원으로 이송됐다가 숨진 사건과 관련해 의사 인력부족과 부실한 응급의료 대응체계에 근본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보건의료노조는 3일 성명서를 내고 “2천700여 병상 규모의 상급종합병원인 서울아산병원에서조차 긴급수술을 할 의료진이 없어 타 병원으로 이송해야 했다는 사실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서울아산병원은 의료기관 평가인증을 통과하고 ‘9차 급성기 뇌졸중 적정성 평가’에서 1등급을 받을 만큼 국내 최고 병원 중 하나인데도 의사인력 부족으로 원내 직원의 응급수술조차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뇌동맥류 파열에 따른 응급수술이 가능한 의사인력은 국내 대학병원에서도 1~2명 정도에 불과한 수준”이라며 “17년째 제자리 걸음인 의대 정원을 수요에 맞게 대폭 확대하고 응급·외상 등 필수 의료를 책임질 수 있도록 양성과정을 개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이날 성명서에서 “코로나19로 드러난 부실한 공공의료체계에 이어 부실한 응급의료 대응체계와 부족한 의사 인력 등 의료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재확인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실련은 “병원이 대체인력도 확보하지 못할 만큼 적정 의료인력을 채용하지 않아 발생한 일이라면 보건복지부는 진상조사를 통해 책임자 처벌과 지원금 환수 등 행정조치를 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부족한 필수의료 인력확보를 위해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다가 중단된 공공의대 신설과 의대정원 증원 방안을 조속히 매듭지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의사수 부족보다는 낮은 수가에 원인이 있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클립핑 수술(클립결찰술)’을 해야 하는 경우였을 수 있는데 이 수술을 할 의사가 없어 서울대병원으로 전원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클립핑 수술은 수술 자체도 어렵지만 환자 예후도 좋지 않은 데다 수가마저 높은 편이 아니니 신경외과 의사들도 외면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지난달 24일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A씨는 오전 출근 직후 두통을 호소하다 뇌출혈로 쓰러졌다. 색전술 등 응급처치는 이뤄졌지만 당시 병원에 수술을 할 의사가 없어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가 같은달 30일 끝내 숨졌다. 사망 사건과 관련해 복지부는 4일 현장점검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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