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호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장)

대상판결 : 대법원 2022. 7. 14. 선고 2019다299393 판결

1. 사건의 개요

피고는 정보통신사업 등을 영위하는 에스케이텔레콤이다. 피고는 플랫폼 사업 부분을 분할해 에스케이플래닛을 설립했고, 이후 에스케이플래닛을 분할해 에스케이테크엑스를 설립했다. 원고 A는 피고에 입사했다가 사업 분할을 통해 에스케이플래닛을 거쳐 소속이 에스케이테크엑스로 변경됐고, 원고 B는 에스케이플래닛에 입사해 이후 에스케이테크엑스로 소속이 바뀌었다.

피고는 무선통신사업에서 시장점유율 및 매출성장률이 매년 하락하자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던 중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쇼핑·미디어·요식 산업 등으로 사업 부문을 확장하기로 결정하고, 피고 주도로 별도의 사업 조직을 신설했다. 해당 조직을 에스케이플래닛으로부터 전출 온 인력과 피고의 직원들로 구성해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원고들은 에스케이플래닛 소속일 당시 해당 조직에 파견돼 업무를 수행하다가 사업의 종료에 따라 에스케이테크엑스(이하 에스케이플래닛)로 복귀했다.

2. 당사자의 주장 요지와 쟁점

가. 원고

피고는 원고들이 해당 조직에 소속됐던 기간 원고들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했으며, 원고들이 소속된 조직은 피고 대표이사의 직속 조직으로서 피고 소속의 근로자들과 혼재해 근무하는 등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다. 피고가 원고들이 수행한 업무에 필요한 인원·채용·교육훈련·근무시간, 휴가·휴일, 근태관리 등을 직접적으로 담당했으며, 원고들의 임금도 사실상 피고가 지급했으므로 피고와 원고들 사이의 관계는 근로자파견 관계에 해당해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 따라 원고들을 파견받은 때부터 직접고용 의무를 부담한다.

나. 피고

피고가 추진한 사업은 에스케이플래닛 등과 공동으로 추진한 것이고, 이에 따라 해당 인력을 플랫폼 전문 기업인 에스케이플래닛 소속으로 채용하기로 정책적으로 결정한 것이다. 에스케이플래닛 등은 피고로부터 전출 근로자들의 임금 상당액을 받은 것 외에는 별도의 이익을 취하지 않았던 점 등에 비춰 원고들을 피고에게 전출시킨 것은 계열 회사 전출일 뿐 파견에 해당하지 않는다. 파견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비사업적 파견에 해당하므로 파견법은 적용되지 않는다.

다. 관련 규정 및 사안의 쟁점

파견법상 근로자파견이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말하고(2조1호), 근로자파견사업이란 근로자파견을 업으로 하는 것을 말하며(2호), 파견사업주란 근로자파견사업을 하는 자를 말한다(3호).

따라서 파견법에 규정된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려면 파견사업주가 근로자파견을 자신의 사업으로 수행해야 하므로 대상판결의 쟁점은 피고와 원고들의 근로관계의 실질이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와 원고들을 고용한 에스케이플래닛 등이 근로자파견업을 하는 사업자로 볼 수 있는지 여부다.

3. 대상판결의 요지

항소심(서울고등법원 2019. 11. 12. 선고 2019나2001310 판결)은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근로자파견 관계가 성립됐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① 원고용주가 근로자파견으로 인한 경제적 이익을 취득했는지는 근로자파견행위의 영업성을 인정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인데, 에스케이플래닛 등은 전출 근로자에게 지급할 임금 상당액만 정산받았다는 점 ② 원고들의 근로계약 체결의 목적이 근로자파견을 위한 것이라고 판단되지 않는 점 ③ 원고들이 소속된 사업의 내용과 특성상 플랫폼 사업에 관한 경험과 지식을 보유한 다수의 인력이 필요했을 것인데, 플랫폼 관련 전문성을 보유한 에스케이플래닛 등의 근로자를 활용할 필요성 등을 고려한 기업집단 차원의 의사결정에 따라 원고들의 전출이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 점 ④ 파견법이 규정한 고용의무 규정은 근로자파견의 상용화·장기화를 방지하는 것에 입법취지가 있는 것인데, 원고들이 근로자파견의 상용화·장기화 내지 고용불안 등의 상황에 처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이유로 에스케이플래닛 등을 근로자파견을 업으로 하는 자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항소심 판결을 파기했다.

4. 대상판결에 대한 검토

대상판결은 파견법상 근로자파견 사업의 의미를 매우 제한적으로 해석해 해당 근로자들의 보호에 충실하지 못한 아쉬운 판결이다. 아래에서는 5가지 측면에서 비판적으로 검토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 근로자파견을 ‘업’으로 했는지는 파견을 한 경위, 파견행위의 반복·계속성 여부, 규모·횟수·기간, 영업성의 유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할 문제다. 반드시 영리의 목적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 특히 사안의 경우처럼 매출액의 100%를 피고에 의존하고 주식을 피고가 전적으로 보유하다시피 한 특별한 관계(피고가 에스케이플래닛 주식의 98.1%, 에스케이테크엑스 주식의 100%를 보유)에서는 근로자파견을 통한 대가를 피고가 임의로 정할 수 있다. 때문에 근로자들의 임금 외에 특별한 경제적 대가를 지급하지 않아도 되도록 정할 수 있는 것이므로 근로자파견을 통해 원고들이 소속된 에스케이플래닛 등이 영리를 취했는지는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될 수 없어 보인다.

두 번째, 대법원은 원고들의 근로계약 체결 목적이 근로자파견과 무관하다고 봤는데, 원고 B를 비롯한 일부 근로자들은 피고가 플랫폼 사업을 위한 조직에 파견할 목적으로 채용했다. 입사 후 곧바로 해당 조직으로 전출됐는데도 근로계약 체결의 목적이 근로자파견과 무관하다고 봄이 타당하다는 본 대법원의 판단도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대법원은 이렇게 판단한 근거로 동일한 기업집단에 속한 피고와 에스케이플래닛 등이 각 회사의 주된 사업 분야와 신규 사업의 내용 및 특성, 신규채용 인력의 향후 활용 가능성 등을 감안한 결정으로 보인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런데 반대로 피고가 에스케이플래닛 등의 근로자를 근로자파견을 통해 파견받기로 결정하더라도 대법원이 들고 있는 여러 근거를 감안한 결정이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즉 신규 사업에 필요한 인력을 어떤 방식(피고의 소속 근로자들을 배치전환할지, 전출이라는 형식을 취할지, 근로자파견을 통할지)으로 운용할지는 대법원이 들고 있는 여러 요소들을 고려한 경영판단이 필요하다는 점은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대법원은 이를 간과한 채, 오랜 기간 견지하고 있는 근로관계의 실질을 통해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한 것이 아닌 전출이라는 형식을 띠고 있으므로 그 실질도 근로자파견으로 볼 수 없다는 형식논리에 치우친 판단이 아닐까하는 아쉬움이 들게 한다.

세 번째, 대법원은 피고에 전출된 근로자들이 수행한 사업 종료 후 전출 근로자들이 에스케이플래닛 등으로 복귀해 현재 근무하고 있으므로 원고 등이 체결한 근로계약 목적이 근로자파견을 위한 것이라고 판단되지 않는다고 봤는데 이러한 판단도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사업이 종료됐으면 해당 근로자들의 운명은 ① 피고가 직접 고용하는 것 ② 원소속 회사로 복귀하는 것 등 두 가지 선택지만 있을 것이다. 양자는 피고의 경영 판단에 좌우될 뿐이고 근로관계의 실질이 아니다. 피고가 원고들을 비롯한 해당 조직에 근무했던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했다고 해서 곧바로 에스케이플래닛 등이 근로자파견을 자신의 업으로 영위한 것으로 볼 수 없듯이, 원고들이 에스케이플래닛 등에 복귀한 사정은 근로자파견 사업을 수행했는지를 판단하는 데 있어 고려할 요소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파견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근로자파견업을 허가받아 근로자파견을 수행하는 사업자가 파견보낸 파견근로자라고 하더라도, 사용사업주와 맺은 파견 기간이 종료하면 파견사업주에게 복귀하는 것이 전형적인 형태다. 이러한 사정에 비춰 보더라도 대법원 판결은 납득하기 어렵다.

네 번째, 피고가 신규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근로자들을 수급함에 있어서 명시적으로 전출이 아니라 근로자파견을 통해 에스케이플래닛 등이 고용한 근로자들을 사용하려고 했다고 가정하더라도, 에스케이플래닛 등이 고용한 근로자를 사용하는 문제는 공동의 경영판단이 필요한 영역이다. 에스케이플래닛 등이 피고의 사업부서에 해당하지 않는 한 피고의 독단적인 결정이 아니라 대법원의 선택한 용어처럼 피고와 기업집단을 이루는 에스케이플래닛 등의 집단적 의사결정이 있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 일 것인데, 대법원은 이점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원고들이 원소속 회사로 복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피고가 애초에 수립한 경영계획과는 다르게 해당 사업 실패로 인해 원고들이 수행했던 사업이 조기에 종료했기 때문이다. 사업이 성공했다면 원고들이 근무한 기간도 당연히 늘어났을 것이어서 근로자파견의 종료 시점도 예측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사업의 성패는 우연적 사정일 뿐이어서 파견법의 입법취지에 부합하는지에 관해 판단할 근거가 되지 못한다. 가사 근거가 된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이 파견된 시점이나 원고들이 근무한 기간의 상당 부분은 사업의 성패 여부를 알 수 없었을 텐데, 사업이 종료해 원고들이 원소속 회사에 복귀했으므로 파견근로자 보호라는 파견법의 입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본 대상판결은 어느 모로 보나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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