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고은 기자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와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포함한 10대 안건에 대한 ‘국민제안’ 투표가 시작된 지 28일로 8일째다. 애초에 찬반이 첨예하게 부딪히는 사안인 데다 노동자의 삶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인기투표 방식으로 결정해선 안 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과 참여연대·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상총련)는 2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실은 10대 안건의 선정이유, 정책제안의 이유와 효과는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고 경품으로 투표참여만 유인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는 국민의 뒤에 숨어서 편법으로 정책을 추진할 게 아니라 당당히 정책 추진 의지를 밝히고 사회적 토론과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21일 공개된 국민제안 10대 안건은 △월 9천900원 무제한 교통패스 △전세계약시 임대인 세금 완납증명서 첨부 △콘텍트렌즈 온라인 구매 △휴대전화 월정액데이터 이월 △최저임금 차등적용 △반려견 사고예방 강화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외국인 가사도우미 취업 허용 △백내장 수술보험금 지급기준 표준화 △소액 건강보험료 체납 압류제한이다. 21일부터 열흘간 온라인 투표를 통해 상위 3개 안건을 정하고 이후 국정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투표 방식은 별도의 본인인증 절차 없이 ‘좋아요’ 버튼만 누르면 된다.

기자회견에서는 인기투표 방식으로 정책을 정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이미현 참여연대 사회경제1팀장은 “정책의 취지와 효과, 개선점을 놓고 우리 사회 전체를 위해 필요한 방향이 무엇인지 숙고하고 논의해야지 인기투표만으로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면 왜 정치를 하는가”라며 “국민투표를 중단하고 당사자들과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노동자의 건강권이나 생존권 문제는 간과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김성익 마트산업노조 사무처장은 “마트 의무휴업 폐지는 대기업과 골목상권 문제로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마트노동자의 건강권과 휴식권 보장을 위해 꼭 필요하다”며 “주말에도 마트를 갈 수 있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편익이 증대될 수 있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누군가 희생을 감내하고 있다는 점이 간과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서비스연맹과 마트노조는 29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항의서한을 전달할 계획이다. 이들은 의무휴업 폐지가 아닌 확대(2일→4일) 및 무점포판매(이커머스)까지 적용대상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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