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파른 물가상승이 임금인상을 자극하는 연쇄상승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물가와 임금이 연쇄상승하면 고인플레이션 국면이 지속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임금인상 억제 같은 단순한 발상보다 기준금리 인상 정책을 지속해서 추진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임금 오르면 1년 뒤 개인서비스물가 인상

이런 주장은 한국은행이 25일 발간한 우리나라의 물가·임금 관계 점검 이슈노트에서 나왔다. 한국은행 조사국 물가동향팀은 1970년대 이후 물가와 임금인상률을 분석한 결과 최근 연도의 물가상승률이 이듬해 임금상승률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일 뿐 아니라 임금상승은 인건비 비중이 높은 개인서비스부문을 중심으로 시차를 두고 물가에 반영돼 연쇄상승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물가동향팀은 “물가와 임금 간 장기균형 관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며 “물가와 임금의 움직임이 단기적으로는 서로 괴리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두 변수 간에 안정적 관계가 유지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승과 하락이 다소 엇갈리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임금과 물가가 연동된다는 얘기다.

물가와 임금은 1년 정도 시차를 두고 영향을 주고 받았다. 물가동향팀은 “최근 연도 물가상승이 다음연도 임금상승과 상관관계가 깊었고, 임금상승도 1년 정도 시차를 두고 물가에 반영되는 모습”이라며 “소비자물가보다 인건비 비중이 높은 개인서비스물가에 더 뚜렷하게 반영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두 지표 사이에 상관관계가 뚜렷한 만큼 선행지표로서의 예측력도 드러났다. 물가인상이나 임금상승 한쪽 정보를 알면 다른 쪽 정보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기대인플레이션이 임금을 높이고, 높아진 임금이 실제 인플레이션을 강화해 다시 기대인플레이션을 높이는 경로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기대인플레이션은 경제주체들의 향후 물가상승률에 대한 주관적 전망으로, 높을수록 물가상승에 대한 불안심리가 크다는 뜻이다.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원가부담 상승보다 제품 가격을 더 올려 물가상승을 더욱 부추기는 현상이 나타난다.

“기대인플레이션 대응은 통화정책으로”

그러나 연쇄상승 효과가 있다고 해서 임금인상을 인위적으로 억제하는 것은 단순한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고물가 상황에서 연쇄상승이 더 강화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정책대응으로 기대인플레이션 확산을 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성 한은 조사국 물가동향팀 차장은 “물가와 임금인상 모두 기대인플레이션과 영향을 주고받는데, 기대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것은 중앙은행의 신뢰성 있는 통화정책”이라며 “임금은 물론 물가와 기대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변수지만, 단일한 변수는 아니기 때문에 물가인상을 전반적으로 견인하는 기대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게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현행 금리정책을 이어 가는 게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이 내세운 적극적 정책 대응은 기준금리 인상이다. 현재 한은은 6월 기대인플레이션은 3.9%까지 치솟았지만 물가안정 목표치 최고점인 4%보다는 낮아 장기적으로는 안정권이라며 기준금리 인상으로 기대인플레이션을 잠재우는 통화정책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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