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부당한 정리해고로 자일대우버스에서 쫓겨났다 가까스로 복직한 노동자 270여명이 복귀한 지 1년 만에 또다시 해고를 통보받았다. 회사가 밝힌 사유는 ‘대내외적인 경영환경 악화로 경영악화 심화’다. 지난해 6월 복직해 회사를 되살리기 위해 임금삭감·순환휴직 등을 감내한 노동자는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대우버스는 2020년 10월 울산공장을 폐쇄하고 베트남공장으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생산직·사무직 노동자 356명을 해고했다. 해고된 노동자들은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투쟁했고, 261일 만인 지난해 6월21일 공장에 복귀했다. 노동자들이 복귀한 뒤에도 대우버스는 “폐업을 이유로 해고했다”며 부당해고 판정을 한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전을 폈지만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5월26일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부당해고라고 판결했다. 회사가 항소를 포기해 지난달 15일 1심이 확정됐다.

“30년 넘게 일한 노동자도 있는데…”

25일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에 따르면 대우버스는 지난 12일 울산공장 폐업을 통보했다. 당일 회사에 출근한 노동자는 울산공장 정문 앞에 붙여진 ‘폐업공고문’으로, 출근하지 않던 노동자들은 문자로 폐업 사실을 알게 됐다. 이 기간 회사는 일감이 없다며 직원들에게 연차휴가 소진을 장려했고, 당일 출근한 노동자는 극소수였다.

“귀하는 자일대우버스㈜ 폐업 및 청산으로 인해 2022년 7월12일부로 근로관계가 종료됐음을 통지하오며 별도로 내용증명을 발송했으니 확인바랍니다.”

2년 새 두 번의 해고를 당한 이상승 지부 대우버스현장지회 기획실장(36)이 해고 통보 문자를 보여줬다. 이 실장은 “여기에 7년 정도 다녔는데, 다른 분들은 30년 넘게 다닌 분들도 계신다”며 “일하면서 버스에서 떨어지고, 손가락을 다치기도 하고 했는데 회사는 우리를 기계 보듯이 공고문 달랑 하나 보냈다”고 토로했다.

“정말 매각 추진 노력했나”
깜깜이 매각 추진

대우버스 노사는 지난해 6월 고용승계를 전제로 한 매각 추진에 합의했고, 회사는 정리해고했던 노동자 350여명을 복직시켰다. 하지만 매각 추진은 온통 깜깜이로 진행됐다고 한다.

박재우 대우버스현장지회장은 “공개매각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매각주관사로 삼정회계법인을 선정하면서 비밀유지협약을 체결해 공개하지 못한다고 했다”며 “결국 실패했다는 소식만 들었다”고 전했다. 회사가 어떤 형태로 매각을 추진하고, 실패했는지 노동자는 알 수 없는 상태다.

지부는 “대우버스의 실소유주 영안모자 백성학 회장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경영주의 울산공장 정상화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신규 생산물량 또한 단 한 대도 투입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대우버스 노동자는 복직 후 두 개조로 나뉘어 6개월씩 순환휴직을 했다. 이 기간 평균임금의 70%를 지급하는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았는데, 올해 1월에는 회사가 이마저도 지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회사는 지난 5월 진행된 노사 특별협의회에서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기간이 끝나는 7월부터 기한 없는 무급휴직을 제안했다. 노조는 무급휴직 기간과 공장 정상화시 근로조건에 대한 보상 등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거부했다.

박재우 지회장은 “회사는 공장 정상화까지 노조(가 수행해야 할) 자구안만 요구했고, 어떻게 공장을 재가동할 것인지 실질적인 계획과 대안을 제시하라는 요구에는 답을 못했다”고 비판했다.

“산업전환 흐름과 무관치 않아”

대우버스의 상황은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하는 산업전환 흐름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강문식 전북노동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내연기관 상용차 시장 자체가 포화상태인 데다, 강화하는 배출가스 규제에 맞춰 내연기관차를 생산하려면 기술투자가 필요하다”며 “영세한 대우버스의 경우 강화되는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하면서 사업을 운영하는 것이 힘들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강 연구위원은 “일방적으로 폐업하고 공장 문을 닫는 형식이 아니라 정부·지자체 등과 논의해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텐데 굉장히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6월과 7월 두 차례 진행된 희망퇴직으로 남은 노동자는 270여명으로 줄어든 상태다. 박재우 지회장은 “가장 큰 어려움은 또 해고됐다는 이야기를 가족들에게 해야 하는 것”이라며 “정리해고 당시 얼마나 큰 고통을 받았으며, 복직 당시 해고자 가족들은 또 얼마나 기뻤겠냐”고 안타까워했다. 1월부터 임금을 받지 못한 대우버스 노동자들 중 생계비가 필요한 이들은 현재 4대 사회보험도 적용되지 않는 일터에서 일하는 상황이다.

이날 오전 지부와 대우버스현장지회·대우버스사무지회는 “울산시와 시민사회가 나서 대우버스를 지켜 달라”며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매일노동뉴스>는 회사쪽에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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