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법원 전산직 쟁의대책위원회가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공무원노조 법원본부 회의실에서 노동권 보장을 촉구하는 모의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신훈 기자>

“피고인 대한민국 법원에 갑질죄, 중간착취죄, 부당노동행위죄를 물어 징역 10년에 처한다. 또한 피고인 대한민국 법원에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강의 100시간 수강을 명한다.”

공공운수노조 법원 전산직 쟁의대책위원회(위원장 최근배)가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공무원노조 법원본부 회의실에서 개최한 ‘법원 노동권 위반 모의재판’에서 판사 역할을 맡은 최근배 위원장이 주문을 읽었다. 최 위원장은 “대한민국 법원이 전산직 하청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무시하고 간접고용이라는 제도를 악용해 갑질을 일삼았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모의재판은 제헌절을 기념해 법원에 노동권 준수를 촉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증인으로 나선 김현수 노조 전국법원 사법전산운영자지부 사무국장은 “판사와 고위공무원들은 관사나 집의 컴퓨터 설치·수리는 물론 여행 예약, 대리운전, 게임 설치를 강요하는 등 수많은 갑질을 일삼아 왔다”며 “고용이 불안정한 법원 하청노동자들은 대한민국 최고의 권력을 가진 판사와 고위공무원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법원 전산직 하청노동자들은 임금인상과 공무직 전환을 요구하며 지난 1일과 4일 시한부 파업을 했다. 쟁대위 소속 하청노동자 송아무개씨는 “법원은 조합원들에게 파업 불참을 종용했다”며 “법원의 부당노동행위를 엄벌해 달라”고 요구했다. 모의재판 참가자들은 “법원이 용역업체 계약시 최대 41%의 할인율을 적용했다”며 “이는 중간착취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쟁대위는 7일부터 이틀간 각급 법원 정보시스템 운영·유지보수, 등기전산장비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하청노동자 8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 56명(69.1%)이 갑질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판사나 공무원의 요구로 근무시간에 개인 컴퓨터 구매·설치·수리 업무를 진행한 적 있냐’는 질문에 45명(55.6%)이 “그렇다”고 답했다. 52명(64.2%)은 판사나 공무원의 요구로 근무시간에 판사나 공무원의 관사 또는 집을 방문해 업무를 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판사나 공무원에게 반말을 들은 경험이 있냐’는 질문에는 15명(18.5%)이 “그렇다”고 답했다.

권오훈 공인노무사(직장갑질119 교육센터장)는 “헌법 수호기관인 법원에서 벌어지는 갑질 사례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며 “차별과 괴롭힘을 조장하는 고용구조가 바로잡히지 않는다면 법원 내에서 벌어지는 부끄러운 상황은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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