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6년간 20년 이상 된 노후 산업단지에서 폭발·누출사고로 사망 99명을 포함해 22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망자 중 40년 넘게 운영한 산업단지 노동자가 65%를 차지한다. 노후산업단지 대책이 시급함을 보여준다. 산업단지 현장 실태를 고발하고 노후설비특별법 제정 필요성을 주장하는 현장 노동자와 인근 주민, 전문가의 글을 5회에 걸쳐 게재한다.<편집자>

▲ 현재순 일과건강 기획국장
▲ 현재순 일과건강 기획국장

2012년 구미 휴브글로벌 불산누출사고 이후 매년 80건에 이르는 위험천만한 산업단지 화재·폭발·누출사고가 계속되고 있다. 최근 6년간 20년 이상된 노후산단에서 22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사망자는 99명이었다. 이 중 40년 이상 노후산단 사망자가 66명으로 65%에 달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전체 산업단지 중 노후산단 비율은 30%이고 국가산단만으로 보면 70%를 차지한다.

이는 노후산단 사고의 위험성과 특별한 관리가 필요함을 보여준다. 또한 최근 6년간 화학사고의 주요 원인은 설비관리 미흡이 41%로 가장 높다. 노후산단 설비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처럼 언제 터질지 모르는 노후산단은 화약고라 불리며 지금도 노동자·주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노후산단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더 이상 죽기 싫다”는 현장 증언과 제도개선 요구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현재 우리나라 노후산단 설비에 대한 관리는 개별기업에만 전적으로 맡겨져 있는 상황이다. 비용절감을 이유로 설비 유지·보수를 부분적으로 시행하거나 설비점검을 위해 주기적으로 실시해야 하는 대정비작업 등의 계획도 개별기업이 자의적으로 판단해 실시하고 있는 구조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시설물에 대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리·감독 권한이 포함된 특별법이 있다. 교량·터널·항만·댐 등을 대상으로 하는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시설물안전법)이다. 상대적으로 더 위험한 산업단지 시설물에 대한 특별법이 없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지점이다.

노후설비에 대한 안전점검과 교체 등의 책임을 기업에게만 주는 것이 아니라 일반시설물처럼 정부와 지자체에도 관리·감독 권한을 주고 해당 사업장의 노동자·지역주민의 참여와 알권리를 보장하며 필요시에는 재정지원도 가능하게 하는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노후설비로 인한 화재·폭발·누출사고를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노후설비특별법이 제정되면 첫째, 노후설비 관리를 사업주뿐만 아니라 정부·지자체까지 책임지게 할 수 있다.

둘째, 정부가 노후설비 통합관리체계를 구축해 5년마다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게 된다.

셋째, 노동자·지역주민의 참여와 알권리가 보장된다. 사업주는 노후설비 관리와 개선계획서 작성시 노사 심의를 거쳐야 한다. 지자체는 개선계획서를 주민에게 공개하고 사업장 계획에 따른 이행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민·산·관이 참여하는 지역협의체를 구성·운영해야 한다.

특히 노후설비로 인한 재해발생 가능성을 인지한 노동자를 포함한 지자체와 정부가 사업주에게 긴급 안전점검을 요구할 수 있게 함으로써 사고를 조기에 예방할 수 있게 된다.

넷째, 회사 경영상 조건이 좋지 못해 노후설비에 대한 개선계획서 이행이 어려운 기업에게는 정부와 지자체가 기술·행정·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특별법이 필요 없고 현재 산업안전보건법·화학물질관리법 등 여러 부처에 관계된 법·제도를 개선하면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수년에 걸친 개정에도 노후설비에 의한 사고는 계속되고 있는 만큼 이러한 주장엔 설득력이 없다. 이제는 특별한 관리법이 필요한 것이다.

이에 노동당·녹색당·정의당·진보당을 포함한 100여개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노후설비에 대한 위험성을 알리고 노후설비특별법을 제정하기 위해 이달 21일까지 5만 국민동의 청원운동을 진행하고 있다.(국회 국민동의청원, bit.ly/노후설비특별법제정)

이제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5만명의 간절한 청원 목소리가 정부와 국회에 전해져 올해 안에 반드시 특별법이 제정되길 바란다. 방치하면 화약고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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