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호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고개 빳빳이 드는 정치 하지 마세요. 나중에 ○됩니다. ㅋㅋㅋ”

“안 되겠다. 곧 한 대 맞자. 조심히 다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성남시장을 하던 2010년부터 약 3년7개월간 수행비서를 했던 백종선씨가 이 의원을 비판한 민주당 의원들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백씨는 민주당 윤영찬 의원과 이원욱 의원에게 이 글을 남겼다. 백씨는 문제가 불거지자 사과했다.(조선일보 6월14일 6면 “‘한대 맞자’ 협박글 쓴 이재명 前비서, 논란일자 사과”)

백씨는 사과 글도 의원들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앞으로 죽은 듯이 조용히 의원님의 열정을 세밀히 들여다보며 살겠다”고 했다. 그냥 “앞으로 죽은 듯이 조용히 살겠다”도 아니고, “세밀히 들여다보며 살겠다”고 했다. “고개 빳빳이 들지 마세요” “한 대 맞자”라는 말에는 품격이 드러난다. 이런 사람이 누군가의 열정을 세밀히 들여다볼 능력이 있을까.

백씨는 이번 말고도 여러 차례 물의를 일으켰다. 2011년 12월엔 이재명 시장을 비판하는 연설을 한 이덕수 성남시의원에게 욕설과 협박을 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2012년 이재명 시장이 친형과 갈등할 때 형과 그 가족에게 협박성 문자를 보냈다.

백씨는 2013년 8월 이재명 성남시장과 성남주민연대 대표단이 면담할 땐 주민들에게 폭언하고 주민연대 대표를 끌어내려고 하면서 “밖으로 나와” “옥상에 올라가자” 등의 막말을 했다. 또 2013년 12월엔 심야에 택시를 타고 귀가하다가 자택에 도착하자 택시기사에게 “평소 집으로 가는 길과 다르다”며 억지를 부려 요금 문제로 다투다 기사를 바닥에 넘어뜨리고 머리와 얼굴을 마구 때렸다. 출동한 경찰에게도 욕설을 하고 난동을 부려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수행비서를 그만뒀다.

백씨는 2016년엔 법원에서 징역 10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2014년 이재명 시장 재선을 도울 때 한 버스업자에게 현금과 골프 접대 등 2천600만여원의 뇌물을 받아서다. 이 의원 주변엔 왜 이런 분노조절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많은지 모르겠다.

박지현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이 8년 전 다니던 교회에서 아기와 놀면서 ‘과자뽀뽀’를 하는 장면을 본 이재명의 ‘개딸’은 아동 성추행이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의원마저 개딸들의 비난여론에 자제를 촉구했지만 상황은 계속됐다. 결국 박 전 위원장은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논란의 발원지는 한 인터넷 언론이다. 해당 언론은 영상의 일부만 캡처해 악의적 허위기사를 유포했다. 이를 본 이 의원 지지자들이 광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안타깝게도 이런 정치 팬덤이 언론으로 대접받고 그쪽 세력에겐 독립군처럼 떠받들리는 기이한 상황이 계속된다.

상황이 이러니 임기 두 달 만에 지지율이 37%까지 곤두박질친 여당의 실패에도 민주당은 여전히 국민의 관심 밖이다. 거대 두 정당이 함께 몰락하는 사이 국민은 치솟는 물가에 불안한 생계를 이어 간다.

그런데도 언론은 김건희씨가 입은 치마가 5만원짜리고, 발찌가 고작 32만원짜리라고 호들갑을 떤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 같은 보수언론조차 지난 7월7일자 지면에 ‘5만원짜리 치마, 32만원짜리 발찌의 비밀’이나 ‘위기의식 없는 대통령의 건희사랑 문제’ 같은 제목의 칼럼으로 집권 세력에 경고음을 냈다.

중앙일보는 칼럼에서 “아무리 32만원 발찌로 국민 눈을 가려도 눈 밝은 국민은 그날 발이 아닌 가슴에 단 브로치가 2천610만원짜리 티파니 아이벡스 클립 브로치라는 걸 안다. 5만원짜리 치마 타령을 한들 450만원짜리 프라다 치마에 반감만 가질 뿐”이라며 얄팍한 언론플레이가 역풍을 불러온다고 경고했다.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실장 (leejh6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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