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우달 기자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경북대병원분회와 동산의료원분회는 최근 경사가 있었다. 두 분회 모두 노동조합 30년사를 각각 출간하고 지난 12일에는 함께 출판기념회도 열었다. 경북대병원분회는 꾸준히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한 결과 출산이나 병가 등으로 정규직이 잠시 비운 자리를 제외하고는 비정규직이 없는 ‘비정규직 제로 병원’이 됐다. <매일노동뉴스>는 지난 8일 오후 대구 중구 경북대병원분회 사무실에서 김영희(55·사진) 의료연대본부 대구지부장을 만났다. 김 지부장은 2000년 처음 경북대병원분회장을 맡은 뒤 지난해까지 총 5번에 걸쳐 10년이나 분회를 이끌었다.

- 경북대병원노동조합 30년사 <우리 하나>를 출간했다.
“경북대병원노조(경북대병원분회)는 88년 임시직 노동자들이 ‘우리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선언하면서 만들어졌다. 당시에는 직원 대부분이 공무원신분이었다. 93년에 법인으로 전환한 뒤 공공기관 직원이 됐고 노조원도 늘어났다. 노조가 만들어지면서 끝없는 탄압과 투쟁의 역사가 시작됐다. 환자생명보다도 돈벌이를 우선시하면서 경비절감을 위한 구조조정 공세가 병원에 몰아쳤던 시기에 투쟁한 기억들, 노동자의 최고의 무기이면서 학교이기도 한 파업 투쟁으로 성장해 가는 노조의 이야기, 각각 34일과 24일간 이어졌던 2000년과 2004년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파업 투쟁, 시설관리와 환자식당 외주화 저지 투쟁, 2019년 비정규 노동자들이 스스로 나서서 정규직화 투쟁을 한 일, 박근혜 정권의 의료영리화를 막고자 2014년 49일의 최장기 파업으로 맞선 일 등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 노동조합 30돌을 맞은 소감은
“내 청춘을 돌려달라고 외치고 싶다. 김영희의 청춘을 노동조합에 묻었고 노동조합 30년 역사와 함께 늙어 가고 있다. 청춘 시절 다른 사람들이 연애하고 다닐 때 나는 현장에서 야간 순회로 연애를 대신했다. 연애보다는 잠을 1시간 더 자고 싶었다. 노동조합을 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것은 잠을 푹 자지 못하고 일했던 기억이다. 특히나 매년 임단협투쟁을 준비하면서 밤낮없이 현장순회를 하고 파업투쟁 속에서의 긴장감을 달고 살았다. 연례행사와 같은 로비농성과 천막농성에 아침 출근선전전 등으로 수면이 부족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노조 서른살을 맞아 한 권의 책으로 역사를 남기게 돼 매우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 오랜 기간 싸우면서 비정규직 없는 병원을 만들었다.
“80년대만해도 경북대병원에 비정규직은 없었다. 그런데 돈벌이 병원경영이 만연하면서 비정규직은 계속 늘어났다. 노동조합은 끝없이 고민하고 토론하면서 비정규직 철폐투쟁을 20년간 해 왔다. 비정규직을 노동조합으로 조직했다. 비정규 노동자 당사자들의 투쟁,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하는 투쟁을 만들어 갔다. 그리고 드디어 비정규직 모두를 정규직으로 전환시켰다. 간접고용 비정규직 400여명, 직접고용 비정규직 400여명이 정규직이 됐다. 긴 세월 수많은 투쟁을 통해 비정규직 없는 경북대병원을 만든 것이 자랑스럽고 자부심을 느낀다.”

- 앞으로의 과제는?
“비정규직 없는 병원을 지역으로 확대하고 병원노동자로서 의료공공성을 더 강화하는 투쟁을 만들어가야 한다. 아직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병원노동자를 조직하는 것 또한 과제다. 이를 위해 노조 형태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산별노조와 지역지부가 그간 고민의 결실이지만 더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 모든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이 되기 위해 뚜벅뚜벅 걸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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