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청사 전경.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학원 강사가 퇴직적립금을 포함해 받은 수수료는 임금에 해당한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학원 대표는 퇴직금 명목으로 적립한 금액을 지급하지 않았다가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다.

1년 계약 후 6개월 만에 퇴사
임금체불로 학원 대표 벌금형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퇴직한 학원 강사 A씨가 학원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4일 밝혔다. A씨가 소송을 제기한 지 2년6개월 만이다.

A씨는 서울 노원구의 K학원에서 2018년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약 6개월간 일하다가 퇴직했다. 최초 파트너 형태로 근로계약을 체결했다가 2019년 1월 계약기간을 1년으로 업무위탁계약서를 새로 작성했다.

학원은 A씨에게 매달 수수료 형태로 기본급과 추가근무수당,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월 수수료의 13분의 1은 퇴직금으로 적립한다는 내용도 계약서에 담겼다. 학원은 퇴직금 명목으로 적립하고 남은 잔액에서 제세공과금(사업소득세) 3.3%를 차감한 나머지를 실수령 급여로 지급했다.

그런데 학원 대표 B씨는 2019년 1월부터 5월까지 급여 약 110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후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벌금 30만원의 약식명령이 2020년 5월 확정됐다.

A씨는 형사 재판 도중인 2020년 1월 학원을 상대로 퇴직적립금을 지급하라며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수수료는 실질적으로 임금이며, 일부 퇴직적립금이 포함됐더라도 소정근로를 한 것에 대한 대가적 성격의 금원”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학원측은 임금과 퇴직적립금은 구분돼 있어 월 수수료 전체를 임금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 A씨가 근무한 기간이 1년에 미치지 못해 퇴직금이 발생하지 않아 퇴직적립금을 추가로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항변했다.

법원 “체불 퇴직적립금 지급해야”
“퇴직적립금도 임금”

법원은 퇴직적립금을 포함한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1·2심은 “A씨가 2018년 11월부터 2019년 5월까지 학원에 근로를 제공했으나 학원으로부터 근로계약에서 퇴직적립금으로 정한 금원을 지급받지 못했다”며 “퇴직적립금 약정이 유효하지 않으며, 그 실질은 임금을 정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또 A씨와 학원 사이에 퇴직적립금에 관해 계약상 합의했더라도 근로기준법이나 단체협약상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로 볼 수 없다며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법령이나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임금 일부를 공제할 수 있도록 규정한 근로기준법(43조)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월 수수료에서 퇴직적립금 명목의 돈을 먼저 공제한 잔액에서 제세공과금을 공제해 실수령 급여로 지급한 부분이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퇴직적립금을 포함한 월급계약의 실질은 임금을 정한 것에 불과하다”며 “사용자가 퇴직적립금의 형식만을 취한 것인 경우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A씨의 마지막 달 근무는 30일에 미치지 못해 근로기간에 따라 일할계산한 임금을 기준으로 미지급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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