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취업제한 위반 혐의로 고발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을 불송치 결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참여연대와 경제개혁연대·경제민주주의21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는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 주요 의사결정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이 부회장의 취업제한 위반 행위를 밝혀야 한다”고 경찰에 요구했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뇌물공여 등의 혐의가 인정돼 지난해 1월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같은해 8월 가석방됐다. 가석방 후 경영활동을 재개할 움직임이 보이자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해 9월 이 부회장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정경제범죄법)상 취업제한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법에 따르면 5억원 이상의 횡령·배임 등 범행을 저지르면 징역형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중지가 확정된 날부터 5년간 취업제한 조치를 받는다. 이 부회장의 횡령액은 86억원이다.

해당 사건에 대해 경찰은 지난달 9일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 부회장이 미등기 임원이어서 상시로 근로를 제공한다고 보기 어렵고, 보수도 받지 않고 있기 때문에 취업 상태라 판단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보수를 받는지 여부를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삼았다.

기자회견 단체들은 경찰 판단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 부회장과 같은 지배주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경영 전반에 대한 지배력과 사실상의 의사결정 권한”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이 부회장도 보수를 받지 않으면서 삼성전자 부회장직(비상근)을 고수하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는 자기 권리를 위해 일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이들은 “부회장이라는 공식 직책을 맡은 채 외국 출장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이 부회장을 두고 취업상태가 아니라고 보는 것은 상식과 일반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삼성전자에 취업한 상태도 아니면서 투자결정 등 경영 의사결정에 참여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기자회견 후 경찰에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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