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이른바 ‘빅 스텝’을 밟았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3일 오전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연 1.75%인 기준금리를 2.25%로 0.5%포인트 인상했다. 금융통화위는 “높은 물가상승세가 지속하고 단기 기대인플레이션도 높아지고 있어 당분간 고물가 상황 고착을 막기 위한 선제적 정책 대응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기대인플레이션은 경제 주체들의 물가에 대한 전망이다. 6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9%로, 소비자들이 향후 1년간 물가상승률을 3.9%로 예측했다는 이야기다.

실제 소비자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 가고 있다. 석유류 가격의 오름세가 지속하면서 다른 품목도 가격 상승 폭이 확대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4년 만에 6%를 기록했다.

고금리가 지속하면서 가계·기업대출 상승세는 꺾였다. 은행의 기업대출 신규액은 4월 12조1천억원, 5월 13조1천억원으로 오름세가 둔화하다가 지난달에는 6조원으로 절반가량 줄었다. 가계대출은 같은 기간 1조2천억원에서 4천억원으로, 지난달에는 3천억원으로 줄었다. 일반신용대출과 신용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 같은 기타대출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3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천752조7천억원이다. 이 가운데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77%다.

한은은 “물가와 경기상황을 종합할 때 경기 하방위험이 큰 것이 사실이지만 아직 불확실성이 높다”며 “물가 상승세가 가속하지 않도록 0.5%포인트 금리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을 억제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기준금리 인상은 이후에도 지속할 전망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융통화위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은은 당분간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므로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향후 인상 속도와 관련해서는 오늘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한 만큼 국내 물가 흐름이 향후 몇 달간 지금보다 높은 수준을 보인 후 완만히 낮아지는 상황하에 당분간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가속화한다면 다시 빅 스텝을 밟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은의 빅 스텝에도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우리나라 금리를 뛰어넘을 가능성은 커졌다. 연준 통화위원들은 26~27일 금리 결정 회의를 앞두고 0.75%포인트씩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는 1%포인트 인상 주장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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