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예람 변호사(법무법인 오월)

대상판결 : 대구지방법원 2022. 6. 16. 선고 2020가합212341 판결

1. 사건의 개요

피고 공사는 통상 연 2회 정도 정규직 신입채용 전형을 통해 필요한 신규인력을 확보해 왔으나, 2016년 하반기부터는 정부 시책에 따라 채용형 인턴제도를 확대 실시하면서 기존의 채용 방식을 변경해 신입사원을 전부 채용형 인턴제도를 통해 선발하게 됐다. 2016년도 하반기부터 2018년도 상반기까지는 채용형 인턴을 모집하는 외에 별도로 정규직 신규채용을 실시하지 않았다.

그런데 피고는 사실상 채용형 인턴을 기존의 정규직 신규채용 및 수습과정과 거의 동일하게 취급해 운영했다. 정규직과 같은 직군·직렬에 따라 동일한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시험을 통해 선발했고, 채용공고에서 선발 인원 중 90% 이상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것임을 응시자들에게 고지했다. 채용된 이후에는 정규직 신입직원들과 같은 내용의 집체교육을 진행했고, 그 후에는 실무 부서로 배치했다. 피고는 부서 배치 이후의 업무 수행 및 평가과정 역시 인턴에 대한 교육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규직과 사실상 동일한 업무를 수행했으며, 추후 정규직으로 전환된 이후에도 같은 부서에서 계속 근무하며 기존의 업무를 연속적으로 수행했다.

그러면서도 피고는 채용형 인턴에게는 정규직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을 적용하지 않고 별도의 근로계약서를 작성해 정규직 기본급의 80% 수준에 해당하는 임금을 지급했다. 고정상여금과 인센티브성과급으로 구성된 이 사건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았다. 또한 채용형 인턴이 약 3개월 간의 인턴기간을 마치고 정규직으로 전환된 이후 최초 배치된 부서에서 중단 없이 근로를 계속했는데도 정규직 신입 직원들의 경우 최초 3개월의 수습기간이 성과급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재직기간으로 인정되는 것과 달리, 인턴기간을 재직기간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원고들은 문제가 된 2016년 하반기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 채용형 인턴제도를 통해 피고에 입사한 후 정규직으로 전환된 자들로, 위와 같은 피고의 행위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및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차별로서 민사상 불법행위가 성립하는 것이고, 이로 인해 과소 또는 미지급된 성과급 상당의 손해를 입게 됐다는 취지로 손해배상 청구의 소를 제기하게 됐다.

2. 당사자들의 주장 및 이 사건의 쟁점

가. 원고측 주장

1) 원고들은 채용형 인턴 기간 중 비교대상 근로자인 ‘정규직 근로자’들과 유사·동종 업무를 수행했는데도 기간제 근로자인 인턴이라는 이유로 고정상여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차별을 당했는데, 이는 기간제법을 위반한 차별로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2) 원고들은 인턴기간을 마치고 정규직으로 전환됐는데, 그 후 합리적 이유 없이 수습기간이 재직기간으로 인정되는 정규직과 달리 인턴기간이 재직기간에서 제외돼 고정상여금 및 인센티브성과급을 미지급 내지 과소 지급받게 됐고, 이는 최초 채용형태(출신)라는 사회적 지위(신분)를 이유로 이뤄진 차별적 처우에 해당해 근로기준법상 균등대우 원칙을 위반한 것이다. 따라서 이 역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3) 피고의 위와 같은 일련의 불법행위로 인해 원고들은 차별이 없었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성과급(고정상여금 및 인센티브성과급)의 미지급 내지 과소지급분 상당의 손해를 입게 된 것이므로, 피고는 이 같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피고측 주장

1) 원고들은 정규직 신입근로자와 유사·동종 업무를 수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원고들이 인턴으로 재직한 기간에는 정규직으로 채용된 사람이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양자 간에 시간적 동일성이 없어 차별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비교집단이 존재하지 않는다. 만일 정규직 근로자 전체를 비교대상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직무에 대한 경험 및 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취지에서 마련된 인턴제도의 특성상 계속 근로가 예정돼 있는 정규직 근로자들과 채용형 인턴 사이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2) 비교집단이 존재한다고 보더라도, 채용형 인턴에게는 정규직 신입과는 달리 구직 및 자기계발을 위한 추가적인 유급휴가가 제공됐고, 이러한 사실 자체가 타 회사로의 이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회사에 대한 기여를 바탕으로 지급되는 성과급을 미지급한 데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

다.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크게 1) 원고들이 주장하는 차별 판단의 비교대상이 시간적 동일성이 인정되는 정규직 신입사원으로 한정돼야 하는지, 아니면 유사·동종 업무를 수행하는 전체 정규직 근로자를 비교대상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및 2) 성과급의 특성에 비춰 한시적 근무를 예정하고 있는 채용형 인턴으로서 근무한 기간과 정규직 근로자로서 근무한 기간에 차이를 두는 것에 합리적 이유가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3.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먼저 채용형 인턴기간 중의 차별적 처우와 관련해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차별을 판단하기 위한 비교대상 근로자는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을 기초로 결정되는 것이고, 그와 같은 근로자가 직제에 존재하는 이상 해당 근로자가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에 실제로 근무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는 전제하에 원고들과 동종 또는 유사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피고의 정규직 근로자를 비교대상 근로자로 인정했다. 또한 직무에 대한 경험 및 교육의 일환으로서 이뤄진 채용형 인턴제도의 특성상 정규직 근로자와는 본질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피고측 주장에 대해 대상판결은 (1) 피고가 신입사원으로 채용할 인원을 전원 채용형 인턴제도를 통해 선발했고 (2) 채용공고에 ‘정규직 수준에 준하는 업무’를 부여한다고 기재돼 있었으며 (3) 정규직과 동일한 직군·직무·직렬·직급을 나눠 원고들을 채용했고 (4) 인턴기간 중 일부 교육연수 기간이 포함돼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피고의 업무수행을 위한 것으로서 정규직의 신입교육 연수와 유사하다면, 결국 양자 간에 상호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봐 이에 대한 피고 측의 주장을 배척했다.

대상판결은 이 사건 불이익 처우에 합리적 이유가 인정되는지와 관련해 (1) 고정상여금은 지급일 기준으로 근무하기만 하면 누구에게나 지급되는 것으로, 30일 미만 재직한 정규직 근로자와 채용형 인턴 사이에 업무수행 능력에 차이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고 (2) 채용형 인턴의 대부분이 그대로 정규직으로 전환됐는데, 이는 공고 당시부터 안내됐던 사정이므로 지원자들 역시 정규직 전환을 희망했다고 봄이 상당하며, 당시 채용형 인턴이 피고의 유일한 신규인력 수급 방식이었으므로, 피고가 구직 및 자기계발을 위한 휴가를 추가로 제공했다는 점만으로 타 회사로의 이직 가능성을 고려한 제도였다고 볼 수 있다거나, 이 사건 고정상여금 미지급에 합리적 이유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대상판결은 정규직 전환 이후의 차별적 처우와 관련해 비교대상 근로자는 처음부터 정규직으로 신규채용된 자에 해당하는데, 직제상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하는 이상 시간적 동일성이 존재하는 자로 한정될 필요는 없다고 봤다. 이와 같이 처음부터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된 자들과 달리 최초 인턴기간을 성과급의 기초가 되는 재직기간으로 인정하지 않은 이 사건 불이익 처우는, (1) 동일한 업무능력 평가를 기반으로 채용돼 실제 동일한 업무를 수행했고, (2) 상술한 바와 같이 처음부터 정규직 신규 채용을 위해 인턴제도를 실시했던 것이므로 해당 기간을 취업준비 기간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 등을 이유로 차이를 두는 데에 합리적 이유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워,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차별행위에 해당하고, 위와 같은 피고의 차별행위는 헌법 11조, 근로기준법 6조, 기간제법 8조를 위반한 위법행위로서 원고들에 대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하므로, 피고는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4. 대상판결의 의미

당시 정부는 청년들에게 직무 체험 및 신규채용 기회를 확대하기 위함이라는 명목하에 공공기관들이 채용형 인턴제도를 확대해 실시하도록 권장했고, 피고의 채용형 인턴제도 역시 그러한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 사건과 같이 본래 필요한 인력을 정규직 신규채용이 아니라 채용형 인턴제도를 통하여 채용하는 데 그쳐, 정부가 의도한 채용기회 확대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오히려 ‘인턴’의 경우 근로자라는 지위 외에 교육의 대상이라는 특수한 중첩적 지위를 가진다는 이유로, 실제로는 신규채용을 위한 목적에서 제도를 실시해 실제로 정규직 직원들과 같은 업무를 수행했음에도 차별적 근로조건을 적용받는 불합리한 경우가 많이 발생했던 것도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최초 채용형 인턴으로서의 근무기간이 인정되지 않아 호봉인정 기간 등에도 차이가 발생해 근로관계 내에서 차별적 처우가 계속 누적됐다.

대상판결은 차별에 대한 판단은 채용형태와 무관하게, 실제로 수행한 업무를 기초로 이뤄져야 하는 것이고, 비교대상 근로자와 동종 또는 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이상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적 처우가 금지된다는 노동법의 원칙을 재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통상 ‘인턴’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근로자와 달리 교육의 대상으로 봐 차별적 근로조건을 두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인턴에 대한 교육과 수습과정 역시 결국 사용자에 근로를 제공하기 위해 이뤄지는 것으로서 업무 수행의 일환으로 봐야 하므로, 인턴 역시 노동관계법령의 보호를 받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고, 따라서 인턴과 정규직원 사이에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이 이뤄져서는 아니 될 것이다.

피고 공사는 대상판결이 선고된 후 이에 대한 항소를 제기하지 않았고, 대상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대상판결을 통해 채용형 인턴들에게 적체된 차별이 해소될 수 있다면, 채용 기회 확대라는 본래 목적을 잃은 채 채용 규모의 외형만 늘리며 기관과 기업의 불공정한 비용 절감 수단이 됐던 채용형 인턴제도의 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