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대법원이 요양보호사 임금 5억여원을 체불한 노인장기요양기관 대표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인건비가 체납되지 않도록 하고, 지방자치단체에 이를 보고해야 하는 협약 사항을 위반하고 임금을 체불한 혐의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근로기준법과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퇴직급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노인장기요양기관 A법인 대표 B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퇴직금 4억3천만원·연차수당 7천만원 체불
위탁운영 ‘인건비 체납 금지’ 의무 위반

B씨는 2017년 1월부터 3년간 A법인이 운영하는 동해시의 C요양원에서 일하다 퇴직한 요양보호사 55명의 연차유급휴가 미사용수당 7천여만원과 요양보호사 59명의 퇴직금 4억3천여만원을 체불한 혐의로 기소됐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14일 이내에 임금을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다.

B씨측은 재판에서 C요양원의 사용자는 동해시나 시설장이라며 자신은 범행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B씨가 A법인의 지배인으로서 C요양원을 실제로 운영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B씨의 임금체불 혐의를 인정하며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다만 미지급 임금과 퇴직금 지급과 요양보호사들과의 합의를 위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1심은 A법인이 동해시와 기존 업체의 위탁운영기간이 종료되자 2016년 12월부터 C요양원을 위탁해 운영해 왔고, B씨는 2019년 11월까지 C요양원을 경영했다고 보고 임금을 체납한 ‘사용자’라고 판단했다.

동해시와 A법인이 맺은 위탁운영관리협약을 근거로 들었다. 협약에 따르면 A법인은 기존 직원 전원의 고용을 승계해야 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인건비가 체납되지 않도록 지급하도록 정했다. 또 임금 지급 현황을 분기별로 동해시에 보고할 의무가 있었다. A법인은 기존 시설장을 고용승계했고, 요양보호사들과 새로운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법원, 권고형 범위 절반 수준 선고
“임금체불, 실형 선고 미미한 수준”

이를 토대로 재판부는 B씨가 C요양원 직원들에 대한 임금 지급 의무를 지는 ‘사업 경영 담당자’에 해당하는데도 연차유급휴가 미사용수당과 퇴직금을 별도의 합의 없이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았다며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선고했다.

재판부는 “임금이 체불된 직원들의 숫자가 많고 미지급 임금과 퇴직금 액수도 약 5억원으로 대단히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B씨가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다는 점을 유리한 양형 요소로 참작했다.

B씨와 A법인은 1심에 불복했지만, 항소심도 결론은 같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B씨는 A법인으로부터 사업 경영의 전부에 대해 포괄적인 위임을 받고 사업을 대표하거나 대리하는 자”라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B씨에게 징역 1년을 확정했다.

법원은 퇴직급여법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에 대해 가중 특별양형인자가 없다고 봤다. B씨는 총 5억여원(퇴직금 4억3천여만원·연차유급휴가 미사용수당 7천여만원)을 체불해 ‘다수범죄 처리기준’에 해당한다. 다수범죄 처리기준에 따른 권고형 범위는 징역 8월~2년이다. 퇴직급여법 위반죄 상한선(징역 1년6월)과 근로기준법 위반죄 상한의 2분의 1인 징역 6월(상한선 징역 1년)을 합하면 징역 2년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법원은 권고형 범위의 절반에 불과한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와 관련해 최종연 변호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1심 재판에서 임금체불 사업주에게 실형이 선고되는 비율이 4% 정도에 불과한데 체불액 등을 고려해 실형이 선고된 듯하다”며 “사용자성 자체를 부인했던 피고인을 ‘사업 경영 담당자’로 인정해 실형을 선고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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